늦가을 무화과
무화과를 좋아하지 않는다. 불그스름한 자태, 싱싱한 색감과는 달리 밋밋하고 물컹한 식감이 썩 반갑지 않다. 햇살이 유난히 따뜻했던 10월의 중순. 어젯밤까지만 해도 냉랭한 기운이 온몸을 감싸던 매서운 날씨였는데 오늘은 청아한 하늘 아래 어린아이의 입김을 닮은 바람이 분다. 이따금 머리칼이 날린다.
단골카페에서 크림라떼와 무화과빅토리아케이크를 주문한다. 무화과는 썩 내키지 않지만 빅토리아케이크라면 아무래도 좋다. 평범하고 무뚝뚝한 무화과가 부드러운 생크림을 껴안았다. 한 입 포크로 떠먹어 본다. 생크림과 딸기잼, 촉촉한 시트 사이 은근하게 들어오는 무화과. 아득한 과거 어느 행복한 순간의 기억까지 되살려 내는 맛이다. 무화과에 특별한 추억이 없음에도 나는 처음부터 이 밋밋함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던 것만 같다. 묵직한 스펀지 시트 사이사이 겹겹이 쌓인 무화과. 늦가을 두툼하게 껴입은 옷처럼 소중하다.
아무 맛도 나지 않아 시시하다며 핀잔을 주곤 했던 지난날. A는 너무 달다며 수박 모양으로 예쁘게 잘린 생 무화과를 손으로 집어먹곤 했다. 어느덧 마지막 한 입. 몽생미셸처럼 외따로이 놓인 무화과를 먹어본다. 아무리 생각해도 달다는 느낌은 없다. 미끈하고 무덤덤한 게 왠지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