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는 일요일 12.

블루베리 갈레트

by 빵챙

짙은 바이올렛 스웨터를 입고 그 위에 크림색 머플러를 걸친 수줍은 소녀 같다. 바이올렛과 크림의 조화가 무척이나 사랑스럽다. 절인 블루베리와 바닐라 아이스크림이라는 이 완벽한 조화의 근원은 어디일까?

시간이 흐를수록 그 자태는 더욱더 아름답고 우아하다. 사르르 흐르는 바닐라 아이스크림은 블루베리와 도톰한 파이지 사이를 아름답게 침투한다. 슬픔일 수도, 기쁨일 수도 있는 무언가. 누군가의 영역을 침범하는 건 자유를 존중하지 않는 일이라지만 이것은 고요하고 잔잔한, 그러나 발랄하면서도 싱그러운 침범이다. 새콤하고 독창적인 맛의 블루베리 퓌레를 한껏 떠먹으면,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왼쪽 눈을 살며시 찡그리며 소소하게 웃는 어린아이의 모습이 떠오른다.


한편 자전거를 타고 카페로 가는 길. 상점과 주택이 즐비한 좁은 골목을 천천히 달리고 있는데 쌩-하고 지나가려는 자동차와 부딪힐 뻔했다. 절로 인상이 구겨지며 기분이 다운되었다. 먼저 지나가라고 살짝 비켜주니 또 쌩-하고 가버리는 자동차. 그럴 때마다 되새기는 사강의 말.

“제가 느끼기에 인간은 그저 여리고 나약한 존재일 뿐입니다.” 본인이 여리고 나약한 인간이었기에 타인에게 다정할 수 있었다는 사강. 요즘엔 그의 말을 되새기며 살고 있다.

아무렴 블루베리 갈레트는 조금 전 검은색 SUV 차량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을 말끔히 지워주었다. 누군가는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최상의 사치가 사랑이라 한다지만, 나약한 인간인 나에겐 하겐다즈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먹는 지금 이 순간이 최고의 사치다.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올려진 블루베리 갈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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