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지발가락은 말이 없었다.

헉, 마취제가 없다고요?

by 백소영

내 오른쪽 엄지발가락의 발톱은 반쯤만 있다.

고등학교 시절 발톱을 잘못 깎았던지 염증이 생겨 병원에서 발톱을 뽑고 염증 치료를 했었다.

여름철 발톱을 뽑아서 살이 차 아물 때까지 발을 절고 다녔고 씻을 때도

앉아서 제대로 씻지 못한 경험이 있다.


살이 차올라 어느 정도 괜찮을 무렵 군 입대를 했다.

유격훈련할 때 그 발톱(발톱을 뽑고 다시 날 때 새살이 쪼글어들어있어 살과 발톱에 제대로 자라도록 해줘야 한다. 그땐 그렇게 진료룰 받지 않아)이 다시 많이 자라 살을 누르며 염증이 생겼다.


엎드려 포복하며 물웅덩이에서 나오는 훈련,

발에 잘 맞지도 않는 군화를 신고 달려야 하고,

k1소총을 들고 앞 찌르기 등등 소리 지르며 앞으로 전진해야 했다.


그때를 생각하며 글을 쓰려니 아직도 제대로 해내지 못했던 그 순간이 떠올라

손이 움찔움찔한다.

열심히 하려고 했으나 발이 문제였다.

여름철 덥기도 덥지만 군복을 입고 군화를 신은 내 발은 더 이상 제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염증이 곪아 진물이 나기 시작했고 더 이상 걷지도 못할 지경이었다.


의무대에 다리를 절며 갔다.

군의관이 살펴보더니 이 상태로 둬서는 안 된다.

바로 발톱을 뽑아야 한다고 했다.

이건

다시 다리를 절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유격대대에 마취제가 없으니

다리를 올려서 고무줄로 묶어 지혈을 한 다음

수술을 한다는 거다.


나의 선택권은 없었다. 이미 수술 준비에 들어간 의무병을 재빨리

아기 기저귀 고무줄인 노란 고무줄을 준비하고 내 다리를 들어 올리고

엄지발가락 주위를 칭칭 싸매고 있었다.


발톱을 뽑지 않으면 염증으로 고생이고

발톱을 뽑으면 새살이 차 올를 때까지 또 고생이다.

이도저도 나는 더 이상 고통에서 빠져나올 길이 없었다.

그런데 장소는 군대이고 시간은 유격훈련 중이다.

진퇴양난의 순간, 나는 온갖 상상력을 동원하여 보았으나

나는 선택할 자유가 없었다.

왜 하필 이 부대에는 마취제가 없는 것인가?

아니 원래 부대에는 없단 말인가?


견뎌라

견디자

견뎌내야 한다.

오직 이 순간이 빨리 지나가길 이 세상 온갖 신들을 불러내어 사정하는 수밖엔 없었다.


나의 자유의지와 선택은 이미 군입대 때부터 없었던 것이고

나의 발톱도 이제 전의를 상실했다.


그렇게 의무병과 군의관이 합심하여 나의 발톱을 빼내고

지혈을 해야 하는데 한참을 눌러도 피가 멎지를 않았다.

한참을 의무대에 있다 나오니

밥때는 이미 지나 밥도 먹질 못하고

동기들이 있는 막사로 들어갔다.

그때 동기들의 눈빛은 이랬다.


- 너는 훈련 열외로 잠시 편했겠네.

- 발가락은 핑계가 아닐까.

- 나도 어딘가 아프면 좋겠다.


암튼 마취도 못하고 발톱을 뽑고 나니 고통도 고통이지만

제때 소독과 치료가 되지 않아 한동안 고생을 했다.


군생활의 에피소드가 여럿 있지만

입대 후 하사관후보생시절 마취제 없이

발톱을 뽑은 이 사건은 혼자 오롯이 겪어낸 일로

지금도 온몸이 떨린다.


지금은 부대 의무대에 마취제가 충분히 구비되어 있길 바라는 마음이다.

특히나 유격부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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