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련됨에 대하여

어렵지만 필요한 것

by QQJJ

서투르거나 어색함이 없이 잘 다듬어진 것, 그것이 세련됨의 정의입니다. 어느 분야든 '세련되다'라는 말은 긍정적인 평가가 됩니다. 특히 제가 관심이 있는 시나리오 분야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군더더기가 없고, 각각의 부분이 탁월하고 조화가 잘 되는 이야기. 그것이야 말로 최고의 이야기이자 시나리오입니다. 오늘은 제가 생각하는 좋은 시나리오의 세련됨, 그리고 그 세련됨이 왜 필요한 지 짧게 적어볼까 합니다.


-좋은 시나리오의 세련 포인트

군더더기가 없다.

뺄 부분도, 더할 부분도 없이 이야기가 완벽하게 완결되고 조화됩니다. 작가가 던진 떡밥이 잘 회수 되었으며,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된 사건이 잘 마무리 되어야 합니다. 사건을 겪은 주인공의 전후 모습도 잘 보이고, 앞으로 주인공이 향해갈 미래도 보입니다. 이 상태에서는 어느 장면도 뺄 수 없습니다. 하나라도 빼면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생기고, 이야기가 엉성해집니다.



게으른 표현이 없다.

독창적이고 참신한 표현이 가득합니다. 어디서 본 듯한 표현과 연출이 보이지 않습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다르게 보이게 하기 위해서 노력한 흔적이 보입니다. 흔히 클리셰라고 하는 부분에 대한 것입니다. 한 장르나 분야에서 자주 써먹는 공식과도 같은 표현이나 연출의 집합이죠. 클리셰를 아예 쓰지 않고 새로운 작품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할 겁니다. 아마 가능하더라도, 독자와 관객이 이해하기 힘듭니다. 일정 부분의 클리셰가 있어야 장르성이 만들어지고, 이야기가 간결해집니다. 중요한 것은 그 클리셰를 어떻게 표현하고, 매끄럽게 비트는 것이죠. 좋은 작품은 그 클리셰를 재치있게 비틀어서, 세련되게 만듭니다.



명확한 색을 보여준다.

작품의 메시지가 명확합니다. 관객을 웃길꺼라면 제대로 웃기고, 암울한 시대를 표현하려면 끔찍하게 표현합니다. 모 아니면 도랄까요? 작품이 보여주고, 말하고자 하는 것을 과감하게 표현합니다. 어정쩡한 중간은 없습니다. 완성도가 떨어지는 작품들은 보여주고자 하는 바를 애매한 상태로 둡니다. 관객을 한참 웃기다가 갑자기 사회적 메시지를 던진다거나, 암울한 시대를 표현하다가 갑작스레 초인적인 존재로 이야기를 끝내버리는 식입니다.


-시나리오가 세련되어야 하는 이유
꼭 시나리오만은 아닐겁니다. 어느 분야건 적용될 수 있겠지만, 저는 시나리오 분야에 관심이 많기에 시나리오에 국한해서 적용해봅니다. 시나리오는 소설, 에세이와 같은 문학과는 달리 찍혀야 완성이 되는 존재입니다. 배우가 연기를 해야하고, 감독이 그것을 카메라로 찍고 편집해야지만 완성된 형식이 됩니다. 영화와 드라마, 영상 매체들은 모두 그런 특성을 가지죠.


영상 매체들이 가지는 특징은 바로 시간의 제한이 있다는 것입니다. 드라마는 대략 1시간안에 끝나야하고, 영화는 보통 1시간 30분에서 2시간, 길면 2시간 30분안에 이야기를 마무리 해야 합니다. 유튜브 콘텐츠라면, 아마 30초? 5분 안에 끝내야 될지도 모릅니다. 그렇기에 시나리오는 시간의 한계성에 맞춰서 경제적으로 세련되게 이야기를 만들어야 합니다.그렇지 않으면, 막대한 제작비와 투자비, 수십명의 사람들의 노력, 그리고 그걸 바라본 관객들의 시간이 헛수고가 됩니다. 이 모든 것을 가장 바로잡을 수 있는 첫 과정이 바로 시나리오를 세련되게 쓰는 것이죠. 이미 관객들이 보기 전에, 영상 편집이 끝나기 전에, 촬영이 시작되기 전에 바로잡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입니다. 그렇기에 시나리오 작가는 조금이라도 더 노력해서 세련되게 이야기를 써야합니다. 설령 그것이 고통과 고통과 고통의 연속이라고 해도, 반드시 그래야합니다.


-세련됨을 확인하는 방법

대략 2가지 방식이 있습니다. 하나는 타인을 통해서, 하나는 자기 자신을 통해서. 전자는 아주 간단합니다.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평가를 받으면 됩니다. 세련되게 잘 써진 작품을 마주한 관객은 음미하려고 합니다. 개연성과 핍진성이 잘못되었다거나, 캐릭터가 이랬으면 좋겠다와 같은 첨언이 아니라 이야기의 매료되어 빠져들게 됩니다. 후자는 조금 시간이 필요한데, 바로 더는 뺄 수 없다는 것을 느끼는 것입니다. 빨리 이 작품을 그만두고, 새로운 글을 쓰고 싶다거나 마감에 쫓겨서 완료해야한다는 이유가 아닙니다. 완전히 이야기가 완성되어서 어떤 플롯도, 어떤 수정도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세련됨의 완성을 알려주는 신호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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