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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버더레스 Sep 12. 2022

기다림


비가 오는 날 

저는 과천 현대미술관에 자주 갑니다.

미술작품을 아주 잘 아는 건 아니지만 적당히 작품을 맛볼 수 있는 정도라고 할까요?

공부를 했던 건 아닙니다.

똑같은 음식을 계속 맛보다 보면 어디가 맛집인지 아닌지 알 수 있는 거와 같은 거죠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밥 먹는거야 배가 고프니 하루에 삼시세끼를 먹으며 자연스럽게 익힌다고 하더라도

미술 작품은 솔직히 자주 익힌다는 게 쉽지 않습니다.

관심도 있어야 하지만 꾹 참고 도대체 이 사람이 무슨 말을 하고싶은지를 찾아내는 

숨바꼭질 같기도 하니깐 말이죠.

어릴 적 소년동아일보를 꾸준히 봐왔었습니다. 

신문을 보다보면 "숨은그림 찾기"코너가 항상 있어서 공부를 하다 졸릴 때면 페이지를 넘겨 온갖 사물들을 찾아내기 시작합니다. 숨은 그림 전부를 찾아내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아침에 보고 저녁에 보면 됩니다. 아니면 다음날 보던가? 아니면 그 다음날 보던가...

다른 날에 여러번 보다 보면 보이더군요. 

하지만 찾지 못하는 사람들은 고작 10분을 찾아 헤매고 선 

"이건 내가 못 찾겠네, 너무 어렵네..."

하고선 포기해버립니다.

어떤 학문을 공부하던가 건물을 짓던가 거장이 되기 위해 악기를 한다던가 

생각해 보면 모두 다 똑같지 않나요?

너무나도 잘 아는 평범한 이야기인데 왜 그렇게 하지 못했는지 되돌아보게 되더군요.


"끈기"는 정말 위대한 재능입니다. 하지만 어느정도 트레이닝이 가능한 재능이기도 하죠.

끈기 = 기다림

끈기는 사실 어려운 말이 아니라 그냥 "기다림"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듯 내가 간절히 바라던 것을 기다리듯 ...

오늘도 무언가를 기다리는 연습을 해나가자 생각합니다.


우리는 위대한 재능이 없을 수 있지만 

잠시 무언가를 기다릴 수는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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