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네버더레스 Jan 15. 2023

흘러가는 것에 대해

흐르는 물은 얼지 않으니까 

저 강이 나는 얼어버린 줄 알았어, 분명 내가 눈으로 봤을 땐 얼어있었거든? 
그런데 그 얼음 밑으로는 물살과 물고기들이 곳곳을 누비며 흘러가고 있더라고!



분명 온 세상이 얼어버린 것 같은 추운 겨울이었어, 

뉴스에서는 사상 최대 한파라며 연신 떠들어댔고 경보 알림음도 휴대폰을 괴롭혔어! 

멈출 새도 없었지! 마치 지구종말이라도 내리려는 것처럼 이렇게 호들갑을 떠는 건 정말 아니라 생각도 했어.  


한 시간을 넘게 달렸을까? 이곳은 밤새 눈구름이 오랜만에 외출이라도 한 듯 몸에 붙어있던 눈을 한껏 털고 가서 온 나무들이 눈을 뒤집어쓰고 있었어 


그러다가 북한강을 넘어오는데 꽝꽝 얼어버린 것 같은 세상을 만났지. 아무것도 움직이는 건 없었어. 분주히 집으로 돌아가는 관광버스와 자동차 몇 대가 전부일 거야. 나는 이렇게 흘러 흘러 이곳으로 가고 있는데 이곳은 냉정하리만큼 우두커니 눈을 껴안고 가만히 바라보고 있더라고 그러려니 했어 원래 그런 녀석이 자연이기도 하니깐, 


숙소에 들어와 자리에 앉아서 가만히 창밖을 내다보는데 멀리 작은 개천에 물은 계속 흐르고 있는 게 보이더군, 깜빡 잊고 있었던 거야 


흐르는 물은 얼지 않는다는 걸 말이지!


당연히 얼었겠거니 했는데 그 밑은 빠르게 넘나드는 물들이 얼어버리게 할 시간조차 주고 있지 않더라고  


그렇게 계속 움직였기 때문에 이 작은 하천까지 내려와 곳곳에 물을 주고 있는 거고 사람들이 모여 살게 만들어주겠거니, 어떤 면이든 우리는 흐르는 물처럼 살아야 된다고 생각했지


흐르는 물은 물꼬를 열어주면 그곳으로 조금씩 자신의 물을 채워 넣어가잖아 

누군가는 물꼬를 터주기 위해 좋은 이야기도 해주고 삶의 방향을 잡아주는 사람도 있고 물꼬가 더욱 넓고 깊어지게 해 주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하는 나의 사람들이 옆에 있지 


흘러가는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마음이 그 물꼬를 더욱 깊고 단단하게 해주는 게 아닐까? 


 

작가의 이전글 CEO의 독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