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안리 해수욕장에 바닷바람이 린넨셔츠안을 가득채워왔다.
5월의 봄, 여행객들과 바다의 모래들은 꽤나 흐드러지게 핀 꽃들처럼 해변을 하나둘 수 놓고 있다.
이제 두달 후면 제각각의 꽃들로 만개하겠지?
여행온 모든 사람들의 사연이 궁금했지만 하나둘 상상해본다.
무엇인가의 공허함과 외로움에 찾아왔던 광안리
누구와의 기억보단 혼자의 기억이 더 많은 바닷가 백사장과 그날의 저녁들
지나간 연인과 인연들이 스쳐지나가며 괜히 바닷물에 쓸려나간 이름마냥 생각난다.
"아무리 깊이 써내려가도 없어지고 말았던 그들의 이름들..."
깊이 써내려가는 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이제 알 나이가 된 건가?
광안리 바닷가 어디에 써야 할지 망설여지는 때가 왔다.
혼자여야만 할 수 있는 생각과 고민들에 감사할 줄도 알아야 인생이지...
생각하며 커피를 벌컥벌컥 들이키고 얼음을 꽉 씹었다.
바쁘게만 살아왔던 몇년은 바닷바람도 그냥 지나치게 했구나, 돌이켜보면 후회만 남는 주머니속
이야기들을 꺼내보다 문득, 다시 하늘을 보고 외로움이 단단함으로 바뀌는 것을 마음으로 느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