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네버더레스 May 16. 2024

거기 있으니 갑니다


우도에 들어왔습니다. 

전기자전거를 한 대 빌렸고 사람만 한 백팩을 들춰 메고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습니다. 

우도는 여행객을 그리 반가워하지 않는 눈치입니다. 

바람이 많이 분다고 들었는데 세상 모든 걸 땅에 묶어 놔야 할 만큼 바람이 많이 불더군요.

이러다가는 바다도 날아가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만히 앉아서 바다를 바라볼 여유는 주지 않았습니다. 

텐트를 치자마자 우도에서 꼭 하고 싶었던 일을 하기 위해 기념품 샵을 찾기 시작했어요.

기념품샵에서 엽서 한 장을 써서 보낼 생각입니다.

길게 쓰지 않기 위해 일부러 엽서를 선택했습니다. 가끔은 너무 많은 글이 피로감을 더 할 뿐이더라고요.

무엇을 쓸지, 누구에게 쓸지는 정하지 않았습니다. 

누군가에게 쓸 생각이고 짧은 안부를 묻는 게 전부일테지만 황량하고 고요하기 그지없는 외딴 남쪽의 섬에서 누군가를 생각한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바람이 이렇게 불어올지 몰랐습니다. 

사진으로는 전혀 보이지 않아 다행이기도 합니다. 

바람을 사진으로 찍을 수 없듯이 우리 모두 각자의 삶을 위해 바다도 날릴 것 같은 바람을 버티고 서있지만 

언제나 웃는 사진만이 남아있는 인생을 사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땅콩 막걸리 한 잔을 마셨습니다.

바람이 잦아들기를 처음에는 바라다가 이제는 바람을 맞으며 그냥 가고 있습니다. 

맞다 보니 꽤 버틸만하기도 하고 주저하지도 않게 되더군요. 

마음속으로 상상만 하던 일들을 하나둘씩 해보자고 마음먹고 퇴사한 지 2년이 지나갑니다,.

도전해서 되는 일보단 되지 않는 일이 더 많습니다. 

그럼에도 우도에서 엽서 한 장 사서 보낼 설렘에 바람을 버티고 서 있나 봅니다.

이 바람도 곧 지나가겠죠. 

그때쯤 엽서는 누군가에게 도착하겠네요.


작가의 이전글 바람대로 살아보는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