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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생망 Nov 22. 2019

손절파와 뒷말파

인간관계를 대하는 사람의 유형에는 손절파와 뒷말파다. 


손절파는 호랑이가 소를 사냥하듯이 가만히 지켜본다. 경고 한마디 쯤은 해줄 법 하지만, 절대 경고하지 않고 지켜만 본다. 왜냐면 손절파는 불만을 바로 표현하지 않는다. 말하기 전에 생각을 한 번, 두 번, 세 번해서 신중하게 말해야 한다고 믿는다. 문제는 불만을 나중에 말하는 과정에서 켜켜이 감정이 쌓인다는 점이다. 감정이 극에 달하면 불만을 상대에게 말하는 일도 에너지를 소비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고, 관계를 끊어버린다.


뒷말파는 사소한 불만이 생겨도 주변에 시시콜콜 말하는 편이다. 뒷담화라고도 불린다.  '속닥속닥'과 '무리짓기'는 이들의 특기다. 이들도 역시 당사자에게는 말하지 못한다. 주변에 속닥속닥거리다 보면 스트레스가 풀려서 자신이 불만 가진 일을 잃어버린다. 또한 자신감이 적어서 자신이 싫은 소리를 하기보다는 다른 사람을 시켜서 뒷말을 하고 싶어하는 편이다. 


이상적인 사람도 있다. 불만이 생기면 바로 당사자에게 말하고, 인간관계를 원활하게 유지해나가는 사람. 뒷담화를 즐기지 않으며, 의사소통을 제대로 하는 사람. 유재석이 전형적인 예시라고도 볼 수 있다. 이들은 인간관계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내 경우는 수련이 부족해서 인간관계에 대한 노력은 열심히 하지만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하는 타입이다. 


어릴 때는 손절파가 이상적이라고 생각했다. 친구 관계에서도 뒷말파를 만나면 마음으로 선을 그어버렸다. 이 친구가 언제 내 욕을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손절파로 8년 정도 살아보니, 손절파도 바람직하지 않다. 우선, 하나씩 다 쳐내다보니 주변에 남는 사람이 별로 없다. 혼자 살면 어떠냐는 태도였지만 인간은 모순적인 존재라서 사회 안에 속하고 싶다. 


또 사내 관계처럼 손절하지 못하고 몇 십년을 버텨나가하는 관계도 있다. 이런 관계에서 참고 참다가 퇴사라는 안 좋은 결말로 이어졌다. 미생에서 보니까 직장에서는 오래 버티는 사람이 승자라던데, 나는 항상 패자였다. 


그래서 이번에는 이상적인 인간관계를 위해 노력해보고 싶다. 살아보니 사람이 이분법적으로 선인과 악인이 갈리는 게 아니었다. 어떤 상황에서는 악인이 되기도 하고, 뒷말을 하지않으면 혼자 바보가 되는 상황도 있었다. 악인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도 어떤 상황에서는 한없이 착한 사람으로 변하기도 했다. 인간관계는 빈티지와 같아서 유연하게 생각을 바꾸려고 하고 있다. 아직 해답은 못 찾아내고, 그저 부정적으로 생각했던 과거의 것들을 선입견 가지지 않고 보기 위해 노력하는 게 첫 단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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