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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생망 Feb 24. 2020

우리가 멸종이 된다면

한시간 후에 갑자기 멸종이 온다는 주제로 모두 함께 글을 쓴 적이 있다. 삶의 마지막 순간에 무엇을 할 지에 대해 생각했더니 온 몸이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시간이 한 시간이라니. 한 시간은 보고싶은 사람을 보러 떠날 수도 없는 시간 아닌가.


충격적인 주제어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평범한 일상을 유지하는 일에 대한 글을 썼다. 오늘 하기로 마음 먹었던 책을 몇 장 더 읽겠다/운동을 십 분 더 하겠다/3분 카레를 돌려서 밥을 먹겠다/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겠다 등등


나는 광장에 나가는 상황을 글로 썼다. 멸종이 오면

구원을 전도하는 사람도 있을테고, 이 기회에 장사하는 사람도 있을테고, 무작정 혐오 표현을 내던지는 사람도 생길 거 같고,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는 공권력과 의료진과 언론도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광장에 가서 모든 인간상을 관찰하면서 멸종을 보는 순간을 상상했다.


다같이 멸종에 대한 글을 쓰고나서 뒤풀이를 갔다. 다양한 멸종 시나리오와 돌발상황에 대해 이야기했다. 멸종은 소설 속 이야기가 아니었다. 몸이 축 쳐지면서 '내일의 행복'이 아닌 '오늘의 행복'을 위해 살아야겠다고 결심했다.


그 날, 글을 쓰고나서 행복을 미루지 않기 위해 애썼다. 좀 더 충동적으로 변했다고 할까. 나의 행복은 거창한 순간에서 나오지 않는다. 얼마 전에는 넷플릭스 한달권을 얻고 뛸 듯이 기뻐했다. 한낮의 단잠에도 행복해하고, 맛있는 쿠키와 차를 같이 먹을 때도 행복해한다.


인생 버킷리스트보다 소소한 삶의 순간이 더 소중하다. 소소한 순간을 중요시하다보니 자기계발을 미루는 내 모습이 한심하기도 했다. 운동과 산책은 습관으로 자리잡았지만, 외국어공부를 비롯한 공부를 할 때는 정말이지 행복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우는 순간의 기쁨도 소소하기에 언젠가 올 멸종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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