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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생망 Mar 10. 2020

별보러가서 만난 태양

경주풍력발전소

개강이 미뤄져서 유튜브랑 천장만 쳐다보고 있는데, 문득 밤하늘이 보고싶었다. 쏟아질 듯한 별이 있는 하늘이 보고싶어졌다.


"우리 별보러가자"


그가 냉큼 받아들였다. 내가 그동안 입버릇처럼 별타령을 해서일지도 모른다. 이번에도 내일 별보러가자는 제안에 오늘 가야만 한다고 했다.


좀 더 뒹굴거리고 싶었지만, 내일은 비가 온다길래

준비를 해서 따라나섰다.


별을 보기 좋은 곳이 경주풍력발전소라니. 검색해서 알아냈지만 믿기지가 않았다. 거대한 그곳에 보잘것없는 인간이 가도 될까.


그렇게 새벽 두시에 길을 나섰다. 칠흑같이 어두운 곳에서 속도30으로 꼬불탕꼬불탕거리는 길을 따라갔다. 오로지 내비게이션의 음성에만 의존해서 차 한 대 없는 도로를 달려갔다.


마을길에서 길을 두어번 헤맸더니 한시간 반이 걸렸다. 사십분 더 온 만큼 추억이 쌓였으니 됐다. (그는 옆에서 정말 풍력발전소에 가는 게 맞냐고, 자기 팔러가는 게 아니냐고 우스갯소리를 했다)


거대한 바람개비가 있는 언덕에 도착했다. 귀가 멍멍해진만큼 높이 올라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람개비 옆에 섰더니 내가 너무 쪼끄만 게 보잘것없어보였다.


이런 걸 자연에 세운 인간이 새삼 대단해보였다.


현대판 모아이 석상이 아닐까


동그란 달이 어여뻤고, 먹구름이 걷히자 총총한 별들이 튀어나왔다. 별을 세려고 했지만 셀 수 없었다. 가장 밝은 별이 북극성이라는데 하나같이 반짝여서 북극성도 여러개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옆에 있는 정자에서 라면을 후루룩 먹었다.

라면을 먹고있으니 라끼남 방송이 다큐라는 점이 느껴졌다


"라끼남 할 만 하다"


후루룩 후루룩 밥까지 야무지게 말아먹었다


달이 서쪽으로 사라지고, 동쪽에서 서서히 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런 동그란 해는 삼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는 해가 아닌가. 난 28살 살면서 이런 해돋이를 처음 봤다. 여행 중에 해돋이를 보려고 명소에 새벽에 갔지만, 항상 보이는 건 흐릿한 해였다

점점 날이 밝아오면서 어두웠던 세상이 밝아졌다.

해가 뜬다는 건 이처럼 대단한 일이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매일매일이 소중한 이유다.

칠흑처럼 어둡다가 서서히 빛이 나고, 해가 뜨며 온 세상이 밝아진다. 마법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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