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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생망 Apr 21. 2020

한낮의 편의점

20 초반에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성추행을 당했다. 한낮의 오후였고, 작은 점포였기 때문에 혼자 편의점을 지키고있었다. 편의점에서 10 거리에 경찰서가 있었고, 수화기만 들면 경찰이 출동하는 시스템도 갖춰져있었다.


어떤 아저씨가 들어와서 처음에는 갑질을 하더니, 성희롱이 가득한 말을 하고, 바로 앞에서 자위 행위까지 했다. 아저씨가 갑질을  때부터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계산대 아래 신고버튼을 눌렀지만, 경찰은 아저씨가 자위를 끝낼 때까지 도착하지 않았다


다음 타임 알바가 그날따라 일찍 도착해서 이상한 아저씨는 헐레벌떡 떠났고, 아저씨가 떠난 뒤에 경찰이 왔다. 자초지종을 얘기했더니 경찰이 주변을 배회하던 아저씨를 잡았고, 내게 같이 경찰서를 가자고 했다.


피해자 진술을 해야한다며  , 진술서를 쓰라며  , 무슨 일이냐고 묻는 경찰들의 말에  번이나 피해내용을 되새김질했다. 여기에는 얼버무려서 적지말고 정확한 피해상황을 말하라는 일도 있었다. 정확함에는 아저씨의 자위행위에 대한 묘사와 내게  말과 같은 세세한 끔찍함이 포함됐다.


내가 말하기를 주저하자, 학생이 말해야  아저씨를 잡아넣을  있다길래 힘을 내서 말했다. 나는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계속 하고 싶었기때문에, 아저씨가  처벌을 받아야만 했다. 내가 경찰을 불러서 아저씨가 잡혀온 사실을 아는 상황이라 보복당할  같았다.


그렇게 시키는대로  말했더니 경찰은 갑자기 돌변했다. 학생이 말한 내용으로는 아저씨 처벌이 어렵다. 성폭력을 당한 것도 아니니까 좋게좋게 합의하고 넘어가자고 했다. 동네주민끼리 험한꼴봐서 뭐하냐고도 했다.


내가 황당해하니 편의점 주변을 자주 순찰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남자친구가 있냐고 묻더니 경찰서 막내를 소개시켜주겠다고 했다. 2013년도의 일이다.


결국 아저씨는 처벌받지않았고, 나는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그만뒀다. 똥이 무서워서 피하나 더러워서 피하지라며 목소리를 내지않은 일이 후회된다. 지금 일어나고있는 N번방 사건은 처벌받지않은 가벼운 성희롱들이 모여서 커다란 괴물처럼 변해버렸다고 생각한다.


인터넷 카페에 은근히 꼴리는 사진을 유머거리처럼 올리는 , 재미로 동기들끼리 얼짱을 뽑았던 , 단톡방에 올라온 불법촬영물을 무심코  일들이  모여서 N번방이라는 거대한 괴물이 나타났다. 이번에는 길가에 누가 똥을 쌌냐라고 목소리를 내고, N번방 관련 인물들이 모두 처벌받을 때까지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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