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생 김지영과 며느라기
친오빠와 나는 <82년생 김지영>을 엄마에게 보여드리냐, 마느냐에 대해 크게 싸운 적이 있다. 믿기지 않겠지만 소리지르면서 싸웠다. 이 때, 오빠는 나에게 페미라고 욕했고 나도 오빠에게 한남이라며 욕했다. 영화 한 편으로 인터넷의 남녀갈등이 가정 안에서 벌어진 셈이다.
결국, 엄마는 <82년생 김지영>을 봤고 오빠는 보지 않았다. 이 상황은 오빠가 결혼을 하면서 바뀌었다.
첫 상견례 자리에서 아빠가 무심코 한 말인 "결혼 생활은 귀머거리 3년, 장님 3년이다. 참고 살아라" 라고 한 말에 언니가 마음이 상하는 일을 겪으면서 며느리라는 존재에 대해 깊게 생각하게 됐다.
오빠는 스스로 <82년생 김지영>을 찾아서 봤다. 영화를 보고나서 그냥 가족영화였을 뿐인데, 페미니 한남이니 왜 그렇게 난리를 쳤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어차피 남자들을 평생 적으로 몰아서 살 수 없는데, 왜 한남이라는 말을 만들어 서로 비방했을까. 내가 사랑하는 아빠도 남자지 않나.
서점에서 페미니스트 서적을 보면 정말 어렵게 적혀있다. 남녀갈등을 분석하는 사회학책을 봐도 마찬가지다. 뉴스기사에서는 남녀갈등이 극대화된 게 큰 사회문제가 됐다고 한다. 같이 살아가는 세상에서 갈등 해결 실마리는 작을 수 있다. <며느리기>라는 웹툰이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다.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러운 남녀갈등과 실마리와 해결장면이 보여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