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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생망 Aug 10. 2020

좋아하는 일을 해야 행복하다는 시대정신

시대정신이 있다. 시대정신이란 어떤 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보편적인 정신자세나 태도를 말한다.

92년생들에게 유행했던 시대정신이 있다.


"좋아하는 일을 해야 행복해진다."


"좋아하는 일을 하다 보면 돈은 따라온다."


92년생의 흔한 고민 중에 하나는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모르겠다'였다. 좋아하는 일을 해서 행복해진 사람들의 강연을 학교에서 듣고, 신문에서도 읽었다.


대표적인 분이 '젊은 구글러' 김태원이다. 대외활동 1세대인 그는 좋은 대학을 나오지 않았음에도 좋아하는 일에 대한 열정으로 구글이라는 세계적 대기업에 들어갔다. 그 전에는 좋은 대학을 나와야만 대기업에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에, 그의 존재는 크게 다가왔다.


좋아하는 일을 해서 성공하고 행복해진 사람들에 대한 책이 쏟아져나왔다. 기업에서는 대학생을 위한 대외활동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단순 기업 홍보를 좋아하는 일을 취업 전에 미리 해보는 기회라고 소개해서 경쟁률이 높았다. 학벌 상관 없이, 좋아하는 일을 해서 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기업에서 채용하는 연계형 공모전도 열렸다.


좋은 대학을 나오지 않은 나는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해서 행복해지고 싶은 사람 중의 하나였다. 대외활동과 공모전을 열심히했고, 성과도 냈다. 그걸 바탕으로 자기소개서를 썼다. 자기소개서 키워드는 덕질이었다. 기업을 덕질하고, 업무를 덕질했다.


이때 흔했던 취업 성공기는 하나은행 전국 지점을 방문해서 쓴 보고서를 면접장에서 보여주고 합격

한 사례였다. 이런 흐름을 타고 대학내일이라는 대학생 대외활동 대행사가 큰 돈을 벌었다. 좋아하는

일을 해서 행복하다라는 이면에는, 좋아하는 일이니까 적정 보수를 받지 않아도 된다라는 속내도 있었

다.


그렇게 공모전을 지원할 때 아이디어 저작권을 주최측에 넘긴다는 서류를 같이 작성했다. 이곳저곳

에 SNS를 만들고, 기업 홍보글을 올리고도 활동비를 받지 못했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싶어서 자발적으로 최저시급을 받지 못하는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추가수당없이

한달 동안 새벽에 퇴근하면서 깨달았다. 좋아하는 일을 해도 행복하지 않다라는 점을.


저녁에는 잠을 자고싶고, 제때에 밥을 먹고싶고, 주말에는 친구들과 가족들을 만나고싶었다. 돈도 벌

고싶었다. 면접 때 인생에서 돈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던 나를 때리고 싶었다.


적어도 최저시급은 받아야 나를 온전하게 책임질 수 있었다. 일을 그렇게 하면서도 부모님에게 밥

한 번 못 사드리는 삶은 행복과 거리멀었다. 여기서 십년을 일해도, 내가 살고있는 5평 원룸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계산해보고 미련없이 좋아하는 일을 때려치웠다.


92년생들이 취직하고 몇 년 지나서 시대정신이 바뀌었다. 바로 워라밸이다. Work-life balance라는

말의 준말이다. 워라밸 가진 직장을 다녀야 행복하다라는 인식이 유행했다. 더불어서 일한만큼 돈

받고싶어했다.


나처럼 좋아하는 일을 한 사람들이 행복하지 않았기 때문에, 워라밸과 같은 시대정신이 생기지 않았

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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