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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생망 Oct 06. 2020

사람을 살리는 피

피가 무서운 간호학생

 영화에서 유혈이 낭자한 장면이 나올 때면  손바닥으로 있는 힘껏 눈을 가렸다. 피에 대한 막무가내의 공포심이 깊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간호학과에 진학하기로 했을 때도,  공포증이 가장  문제라고 생각했다. 앞으로는 피를 가려버리는 일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걱정은 교내실습을 하면서 현실이 됐다. 수혈 핵심 술기를 실습하는 , 피를 보고 수혈팩을 놓쳐버렸다. 피범벅이 되어가는 순간을 보면서 아무것도 못하고 가만히  있었다. 3-2학기에 현장실습을 나갈 때도  공포증이 가장  걱정이었다.  공포증을 극복하지 못하면 휴학까지 고려하고 있었다.


 8 17일부터 시작하는  실습지는 울산대학교병원 응급실이었다. 다급한 전화벨이 울리고 이어서 구급차 침대를 타고 피를 잔뜩 흘리는 환자가 들어온다. 순식간에 간호사 4-5명이 처치를 시작한다. 활력징후를 측정해서 환자 상태를 확인하고,정신없이 IV라인을 잡는다.

 

IV라인이 잡히면 의사 처방 아래에서 응급 상황을 완화시키는 약물을 주입한다. 환자가 흘린 피는 소독약으로 바뀌고, 붕대로 바뀐다. 찢어진 옷도 환자복으로 바뀐다. 사람을 죽여서 무서웠던 피가 간호사들의 처치 아래에서 사람을 살리는 피로 변했다. 피를 많이 흘려서 위험한 상황이던 환자는 수혈팩을 맞고 바이탈이 안정되어갔다.


 사람을 살리는 과정을 관찰하는 실습 시간이 경이로웠다. 그러면서 환자의 피를 닦아내고 드레싱하는 과정을 적극적으로 보조하기도 했고, 침습적 시술에 아파하는 환자 곁에 가서 손을 잡아드리면서 정서적 간호를   있었다.  


 학교에서 간호학을 공부할 때와 달랐다. 학과 공부가 고정된 수치,  보여지는 증상에 따라 간호진단과 중재를 적어나가는 과정이라면 현장 실습에서  간호는 유연성과 순발력, 입체적 사고가 중요했다. 


 질환은 고정되어있지 않고 유연하게 변화했다. 경험 많은 의료진도 질환의 변화에 놀라면서 상황에 맞는 간호 중재를 제공했다. 의심하고, 1차원적인 사고를 3차원으로 확장해서 질환과 싸우는 장면을 봤다.


 간호학과 학습성과 PO6에서 교수님들이 강조하셨던 비판적 사고에 근거한 간호과정이 어떤 사고인지 깨달았다. 의료진들은 팀을 이뤄서 환자에 대해 토의하고, 질환을 이길  나은 방법을 찾아냈다.   


 성인간호학과 여성간호학, 기본간호학을 넘나들며 환자에게 맞는 간호과정을 유연하게 적용했다. 1 실습을 다녀오고 나서 3주가 지났다. 이제 피가  무섭다. 영화에서 피를 잔뜩 흘린 사람을 보면, 응급실에 가서 드레싱과 붕대를 감는 모습을 상상한다. Case Study 통해 이론을 응용하고 사고를 확장하는 부분도 연습해본다. 졸업까지는  1년이 남았

고, 곧 사람을 살리는 간호사가 되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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