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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생망 Oct 20. 2020

선생님이라고 불리는 책임

어른이 되는 때는 누군가를 교육시켜야하는 책임을 맡게 될 때라고 생각한다. 한국장학재단의 대학생청소년교육지원사업을 통해 난생 처음으로 멘토가 됐다. 집 근처 지역아동센터에 배정받고 초등학교 1학년에서 6학년까지 다양한 아이들을 만나고, 초롱초롱한 눈으로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선생님’이라는 호칭은 책임감을 강하게 불러일으키는 단어다.


 나는 그렇게 선생님이 되어서 지역아동센터에서 아이들의 방과후 공부를 가르치게 됐다. 국어와 수학 위주로 EBS 문제집을 바탕으로 함께 문제풀이를 했다. 지역아동센터의 아이들은 맞벌이 가정이거나 가정형편이 어려운 친구들이 많아 부모님들이 아이들을 많이 신경써주지 못했다. 특히 학습을 할 때 그런 부분들이 많이 드러났다.


 초등학생이면 학습을 하기에 절대 늦지 않은 나이인데, 아이들은 한글이 친구들보다 뒤쳐졌다는 이유로, 구구단을 아직 못 한다는 이유로 쉽게 포기하는 모습을 보이는 점이 안타까웠다. 그래서 학습지도를 할 때, 1차적으로는 아이들의 자존감과 자신감을 키워주는 방향으로 하고 2차적으로는 학교 수업에서 못 따라가는 부분을 잡아주기로 했다.


 집중력이 강하지 않은 아이들이 많아서 시작 학습은 게임과 접목시키는 방법으로 준비했다. 사탕이 걸린 구구단 퀴즈, 쿵쿵따 게임형식을 이용한 한글 낱말잇기 게임,사전에서 학교 수업 시간에 배운 단어 찾고 표현해보기 등을 통해 아이들과 유대감을 쌓았다.


 공부를 하기 싫은 게 아니라고 느끼게 하는 일이 어느 정도 해결되자, 뒤쳐져진 학습을 따라잡아야 했다. 중요한 학습 내용과 중요하지 않은 학습 내용을 구분해서 우선순위를 만드는 작업을 거쳐서 큰 틀 이해, 암기라는 방법으로 뒤쳐진 학습을 차근차근 따라갔다. 이 과정에서는 학교진도를 따라가겠다는 내 마음이 급해서 아이들이 잘 따라주지 않으면 속상하기도 했다.      


  아이들과 마찰이 생길 때마다 대화를 많이 했다. 그러면서 가족들에 대한 고민부터 경제적 고민, 학습에 관한 고민까지 들을 수 있었고, 내 이야기도 털어놓을 수 있었다. 대화하는 과정을 거치고 나면 아이들이 선생님을 봐서라도 공부를 다시 시작하고 싶어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구구단과 한글을 함께 마쳤다. 구구단을 힘겹게 떼고 나서 학교 수업이 이해된다고 재미있어하던 아이의 얼굴이 생각난다. 그 아이는 꿈이 경찰이었다. 이제 곧 중학교에 들어갈 나이가 되어서 경찰이라는 진로를 정하고, 어떤 걸 준비해야할지 알아보는 모습이 기특했다.


 아이들과 함께 마냥 어설프게만 들렸던 어른이 되었다. 누군가에게 책임감을 가지는 게 어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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