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다니엘 블레이크> 영화를 보고 충격받았었다. 내가 아프고 가난한 걸 증명하기 위해 저렇게까지 해야하다니 도대체 복지국가란 무엇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건소에서도 마찬가지다. 내가 독감 예방접종을 무료로 받을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질문에 대답하는 일이 필요하다. 그 중에는 큰 소리로 물어보는 "기초생활수급자세요?"라는 질문도 들어있다.
실습 때 예방접종 문진표 작성을 돕는 일을 하고있다. 무료 접종이면 바로 진료실로 보내면 되지만, 유료 접종일 경우에는 근처 병원이나 민원실로 보내야하기 때문에, 매일 저렇게 물어보고있다.
조심스럽게 물어봐도 질문에 답변을 하는 순간 나오는 수치심은 숨기기 쉽지 않다. 장애를 가진 분들도 마찬가지다. 어제는 청각장애인 분이 오셨는데,
'진료실 다녀오세요'라는 글을 포스트잇에 적어드렸다.
이에 더해 길을 헤매고 계시는 모습을 보고 따라가서 알려드리기도 했다.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 하려고 노력했지만, 괜히 과잉친절을 베푼 게 아닐까 걱정스럽다.
나도 초등학교 때 무릎 연골판 기형으로 인해 다리를 절었던 적이 있다. 수술을 통해 나아졌지만, 그때 느꼈던 사람들의 시선을 잊을 수 없다. 과잉 친절을 베풀 때도 불편했고, 다리를 절고있냐고 무심코 물어보던 순간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그때의 내 모토는 '정상인처럼' 이었던 것 같다. 스스로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했다. 내가 보건소에서 만나는 의료취약계층 분들도 그렇지 않을까? 복지를 받는 일에 절차가 너무 많으면 <나 다니엘 블레이크>처럼 인권을 소흘하게 여기게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