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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생망 Aug 30. 2016

부장인턴

경력직이 잘 할 수밖에 없는 환경

무한도전에서 고군분투하는 광희를 보면 짠하다. 식스맨 오디션은 엄청났다. 전무후무한 예능멤버 오디션이었다. 그는 쟁쟁한 지원자들을 이기고 당당하게 무한도전의 멤버가 되었다. 경력자들이 함께했던 오디션에서 예능초보인 아이돌 멤버가 식스맨으로 뽑혔기 때문에, 어디한번 잘하나보자라는 눈들이 많았다.   


아니나다를까, 곧 광희가 재미없다는 기사들이 쏟아져나오기 시작했다. 무한도전은 멤버들이 오랜시간동안 궁합을 맞춰오면서 재미가 새어나오는 프로그램이다. 이곳에 새로운 멤버가 들어가서 재미를 만들 수 있는 확률은 많지 않다. 들어가서 궁합을 맞춰보면서 천천히 재미를 끌어내야 한다. 그러나 시청자들은 기다려주지 않았다. 오죽하면 광희 연관검색어가 ‘무한도전 광희 노잼‘이겠나.     


광희는 무한도전 안에서 정말 열심히한다. 프로그램만 봐도 광희의 치열함이 느껴진다. 치열함이 정점을 찍었던 때가 ‘부산경찰’특집이었다. 종이인형처럼 나부끼며 숨어있는 모습은 재미를 넘어 감동적이었다. 나중에 그가 한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추격전이 저에게 마지막 기회로 보였어요.”   


여기에 양세형이라는 경력직 멤버가 들어왔다. 그는 뛰어난 경력과 재치로 무한도전에 파고들었다. 예전에 나간 노홍철, 정형돈, 길, 전진이라는 캐릭터와도 겹치지 않는 양세형은 깐족이라는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낸다. 이를 보면 기업들이 경력직을 선호하고, 인턴을 뽑아서 일해보는 이유가 이해되기도 한다. 양세형이 경력직, 광희는 신입공채, 길이나 전진은 인턴모집이었으니까.    


길이나 전진은 웃기지못해 버려졌고, 신입공채로 뽑힌 광희도 못 웃겼다. 광희의 새로운 포지셔닝은 ‘광수바리’였다. 이번에 방송된 LA특집에서도 멤버들의 메이크업을 자처하고, 명수를 수족처럼 챙겼다. 양세바리X광수바리라는 라임을 보면서 내 모습이 겹쳐졌다. 선배들의 수발을 들면서, 선배들과 똑같이 할당된 내 기사를 써야하고, 여기에다가 배우기까지 해야하는 모습이 겹쳐졌다.    


나는 부장인턴이다. 벌써 세 번째 인턴 생활을 하고 있다. 콘텐츠를 다루는 쪽은 무한도전과 비슷하다. 경력직이 잘 할 수밖에 없는 환경. 신입을 가르치는 방법이 선배와 같이 일하면서 배우라는 방법 밖에 없다. 광희와 같다. 반 년동안 야근하면서 뼈 빠지게 일해도, 정규직 전환이 안 되는 이유는 다양하다. ‘너는 동기에 비해 너무 어리니까 다음에 해줄게’라는 말도 들어봤고, 이번년도에는 신입을 뽑지 않게 되었다는 말도 들어봤고, 그냥 경력직 공채를 해야할 거 같다는 말도 들어봤다. 인턴생활이 끝날 때마다 다짐을 한다. 이번에는 기필코 신입 공채로 들어가야지. 하지만 채용 공고를 보다보면 어느새 인턴에 지원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얼른 광희가 경력직을 뛰어넘어 웃기는 모습을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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