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생망 Jul 25. 2016

초록동색

현대사회의 통과의례는 화장법이다.

처음으로 화장했을 때가 생각난다. 스무 살의 나는 아이라인을 그리는 게 그렇게 어려울 수가 없었다. 친구와 함께 종종 ‘새내기메이크업’ 영상을 봤었다. 그러다보면 손을 한 번 떨 때마다 팬더 눈이 되어버려 슬펐다. 대학생이 되면 화장 정도는 능숙하게 할 줄 알았다. 그러나 하나부터 열까지 배워서 잘하는 것임을 발견했다.    


  

왜인지 자연스럽게 화장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나보다. 엄마의 화장대에서 엄마가 한 번도 실패하는 화장을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도 엄마처럼 화장대에만 앉으면 화장을 성공할 거라고 생각했나 보다. 그러나 스킨-로션-선크림의 세계에서 파운데이션-아이라인-아이섀도의 세계로 가는 여정은 너무나 멀고도 험난했다.      



그 후로 많은 시간이 흘렀다. 이제는 손을 떨지 않고도 아이라인을 그릴 수 있다. 나에게 맞는 화장품이 어떤 것인지도 고민하지 않는다. 이제 옷차림부터 화장까지 엄연한 대학생의 모습이다. 초록은 동색이라고 선배들처럼 되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했었다. 화장하는 법을 익히다보니 그에 맞는 옷을 찾게 되었고, 과제와 시험에도 자연스럽게 적응했다.      


  

그러나 막막했던 20살이 또 다시 반복된다고 느낀다. 바로 대학을 졸업하고 들어간 첫 직장에서다. 직장인도 학교를 졸업하면 자연스럽게 되는 것이 아니었다. 업무부터 인간관계까지 새로 적응해야할 것들 투성이었다. 초록은 동색이라고 직장인의 모습에 맞춰져야 했다.           


          

어려보이는 인상이 가장 큰 약점이 되기 때문에, 똑 부러져보이기 위한 말투와 화장법을 연구해야 한다. 화장에 어울리게 하얀 와이셔츠를 입고, 구두를 신는다. 대학생 때 입었던 옷과 색조가 강한 화장품은 쓸 수 없다.   학교를 졸업했다고 시험이 끝나는 것이 아니었고, 직장 내 인간관계는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야 했다. 매년 내가 쓸모있는 사람이라는 걸 증명해야 했다. 증명하지 못한다면 나를 상징하는 나사는 다른 나사로 교환되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현대사회의 통과의례는 화장법이다. 새로운 집단에 처음 들어가기 위해서는 그들의 화장을 하고 면접을 봐야 유리하다. 집단에 들어가서 가장 먼저 지적받는 것도 화장이다. 신기하게도 화장을 맞추다보면 성격까지 집단에 맞춰져있는 나를 발견한다.      

          

작가의 이전글 추억에 대한 주권이 사라졌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