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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생망 Mar 23. 2021

적성에 맞는 일이라는 환상

90년대생들에게 망령처럼 떠내려오는 말이 있으니,좋아하는 일을 해야 행복하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수많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일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대학생들이 가장 많이 하는 고민 1위가 '도무지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모르겠어요'였으니 말이다.


나도 좋아하는 일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수많은 사람들 중 하나였다. 적성에 맞지않는 일은 직업으로 삼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 이유로 꽤 괜찮은 회사에 취업하고도 좋아하는 일을 찾겠다는 이유로 때려쳤다.


그렇게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가지게 됐다.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가진 대신 엄청나게 열악한 근무환경과 박봉을 가지게 됐다. 아직도 면접 때 했던 멍청한 말이 떠오른다. '백만원 월급으로 살 수 있겠냐는 질문에 인생에 돈보다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라고 청춘드라마처럼 답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되어도 행복해지지 않다는 사실을! 자본주의 사회에서 누군가에게 의지하면 안될 정도로 돈을 벌지 못하는 성인은 어른이 아니라는 사실을.


그당시 나는 하루하루 통장잔고를 세어봐야했고, 생전 선택지에 없었던 결혼까지도 생각해볼 정도로 힘겨웠다. 그리고나서 적성에 맞는 일을 해야한다는  말이 어떤 주입식 이데올로기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젊은 노동력을 열정이라는 이름 뒤에 싸게 쓰려면, 적성이라는 허울좋은 말이 필요했던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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