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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생망 Oct 16. 2016

내가 계급을 이해할 수 있을까

흙수저이지만 벼랑 앞에는 부모님이 버티고 계신다

수저 계급론은 어느새 하나의 트렌드가 됐다. 태어나자마자 부모의 직업이나 경제력으로 수저의 계급이 결정된다는 생각. 금수저-은수저-동수저-흙수저로 위치를 나누고 노력해도 변하지 않는 현실에 서글퍼했다. 수저 계급론에 따라 ‘위치’를 가늠해본 적 있다. 흙수저가 분명하다.    


그러나 내가 흙수저를 넘어선 계급에 대해 이해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아르바이트를 많이 했지만, 벼랑 끝까지 몰려보지 않았다. 벼랑 앞에는 부모님이 버티고 계셨다. 대학에서는 당연하게 관리자로서의 학문을 가르쳤다. 이런 환경에서 노동과 계급에 대해 공부할수록 이해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10월 5일. 태풍 때문에 홍수가 났다. 서둘러서 집으로 돌아갔다. 우리 동네는 피해가 가장 심했던 태화시장 근처다. 거리에는 망연자실한 표정의 사람들이 넋을 놓고 있다. 시장 특성상 주로 1층이라 안에 있는 모든 것들이 망가져버렸다. 재난대책본부, 119 구조대, 언론이 이를 지켜보고 있었다.    



시장을 지나 조금 올라가면 아파트 단지가 모여 있다. 지대가 높은 곳이라 이곳은 멀쩡하다. 몇 걸음 만에 공기가 지옥에서 일상으로 바뀌어서 무섭다. 아파트 단지 뒤로는 혁신도시가 자리하고 있다. 산을 깎아 만들었다. 혁신이라는 이름처럼 공공기관과 그들이 사는 아파트가 휘황찬란하다. 그들은 빗물을 흡수할만한 배수시설을 고려하지 못했다.    



혁신도시에서 흘러내려간 물은 시장과 반지하방을 삼켰다. 자동차라도 아파트 단지 쪽으로 주차해놓겠다며 주차장으로 내려갔던 사람이 2명이나 숨졌다. 방에 물이 차기 시작하자 반지하방에 사는 사람은 맨 손으로 창문을 뜯어내고 나왔다.


한 동네 안에서 함께 살아가는 ‘우리’는 실은 다 같은 공기를 마시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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