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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생망 Nov 20. 2016

REPLAYER

짧은 이야기

#. 9시 뉴스 / K씨의 자취방


앵커 : 인기 아이돌 출신 A의 여자 친구가 자살한데 이어 톱스타 A 마저도 자살을 시도해 충격과 안타까움을 주고 있습니다. 더구나 그가 자살하고자 의도한 이유가 여자 친구의 죽음을 놓고 소위 '찌라시'가 나도는가 하면 인터넷상에서 좋지 않은 내용의 악플들이 난무하는데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불특정 다수의 무책임한 댓글폭행이 얼마나 위험한가”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K씨 : 이러니까 내가 아무데도 못 나가지.



커뮤니티에 접속하자 빨간 글자가 보인다. 미소를 짓는 K씨.


K씨 : (타다닥타다닥) 쇼한 듯. 다 가진 새끼가 왜 자살함? 어차피 사회에 쓸모없는 존재 . 잘 죽었네

  RE_1_shot : 그런 말 하는 니는 사회에 쓸모가 있나? ㅋㅋㅋ

    RRE_K씨 : (타다닥타다닥) 인간쓰레기도 다 쓸모가 있는 법

       RRRE_1_shot : 너 존나 사회에서 쓸모있게 만들어줄까?

          RRRRE_K씨 : 그럼 땡큐베리감사~


한밤 중, 모니터가 켜지고 웹캠이 자고 있는 그를 비춘다. 웹캠 옆에 있는 DSLR도 그를 찍는다. 머리맡에 있는 아이폰은 녹음기를 켜서 그의 모든 것을 녹음하기 시작한다. 곧이어 집 안에 있는 모든 전자기기들이 그를 비추다가 꺼진다. '쓸모있게'라는 글자가 모니터에서 나와 그의 머릿속으로 들어간다. 시계는 새벽 4시를 가리키고 있다.



#. 다음날 오후 5시 뉴스 / K씨의 자취방


앵커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의 주요 소식입니다. 서울 외곽지역에 자리한 한 주택가 에서 K씨가 세상을 향해 비판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어제는 K씨가 컴퓨터를 켜면서 희망찬 세상은 불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K씨 : 뭐지? 동명이인인가?


앵커 : 서울특별시 제공 5시 30분 교통정보입니다. 퇴근 시간대를 앞두고 사람 이동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는데요. 먼저 K씨 집 쪽으로는 슈퍼마켓에서 학교 사이로 사람이 점점 많아지고 있으니 외출 시 유의하세요.


K씨 : (고개를 끄덕이며) 지금은 안 나가야겠다.


(화들짝 놀라며) 왜 뉴스에서 우리 집 앞을 방송하는 건데!!


서둘러서 모니터를 켠다. 인터넷 커뮤니티가 자신의 이름으로 도배된 것을 발견한다.


(클릭) 뜬금포 나타난 K 상황 정리


“진짜 나네”


#. 다음날 10시 연예가중계 / K씨의 자취방


리포터 : 갑자기 나타나서 우리 모두를 빠져 들게 한 사람이 있습니다.

             숨겨져 있어서 더 궁금한!

             그의 하루 밀착취재를 지금부터 소개 합니다~


리포터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K네 문을 두드린다(쾅쾅쾅 쿵쿵쿵)


리포터 : 안녕하세요~연예가중계입니다.

             시청자들이 모두 K씨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합니다.


K씨 : 저...그런 거 안해요. 죄송합니다


리포터 : 나오실 때까지 기다릴 꺼에요 까르륵


K씨 : 진짜 못 나가요. 죄송합니다


리포터 : 거절하는 장면까지 다 시청자분들께 생중계되고 있어요.

             그럼 문틈 인터뷰라도 가능할까요?


K씨 : (문을 열고 소리를 지르면서 카메라를 세게 친다)

         못한다고! 못하겠다잖아!!

         시끌벅적했던 문 앞은 순식간에 정적에 휩싸인다.

         발걸음을 재촉하는 소리가 난다.


K씨 : 아...이렇게까지 화 낼 생각은 아니었는데...

#. 다음날 12시 나이트라인 뉴스 / K씨의 자취방


앵커 : 속보입니다. K군이 사회부적응자일 확률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나이트라인의 취재 결과, K군이 커뮤니티에서 상당히 높은 수위의 악플을 쓴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특히 얼마 전 자살을 한 인기 아이돌 A씨를 욕보이는 내용이라 더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레알 이중인격 사이코패스.avi]

   Re : 히키코모리 주제에.

     Re : 아이디랑 신상 다 파헤쳐졌는데 보니까 레알 또라이


(외면하듯이) 인터넷 커뮤니티 창을 꺼버리려던 K씨 , 움직임을 멈춘다.



(화면에서 댓글이 점점 커짐)

Re : 사회에서 쓸모 있어지니까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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