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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생망 Aug 02. 2017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면 행복할까?


엄마는 어릴 때부터 사람은 꿈을 가져야한다고 했다. 그래서 초등학교 시절부터 애타게 꿈을 찾았다. 순진하게도 하고 싶은 일을 하면 반드시 행복해진다고 믿었다. 엄마 뿐 아니라 그 당시 사회 분위기도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삶이 진정한 삶이라고 했다. 서점에는 꿈에 대한 책이 나왔고, 각종 방송과 행사들은 꿈에 대한 생각을 떠들었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하고 싶은 일을 찾아헤매는 것은 당연하다.      


하고 싶은 일을 찾기 위한 과정은 험난했다. 20살 때는 광고 카피라이터를 꿈꿨다. 기본부터 만들자는 생각으로 국문학과에 들어갔고, 유명한 광고인들이 운영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쫓아다녔다. 내가 특출나지 않다는 걸 깨닫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열심히 공모전 10개를 준비해도 1개만 당선될까 말까였기 때문이다. 주변에서 공모전에 줄줄이 당선되는 천재들이 나타나자 더 의욕을 잃었다. 나중에는 광고만 생각해도 머리가 지끈거려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다.      


대학 시절 내내 광고 카피라이터를 준비하면서 생계는 기자단으로 해결했다. 원고료도 다른 아르바이트에 비해 짭짤했고, 글쓰기를 싫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외활동을 전전하다 <대학내일>을 읽게 됐다. <대학내일>이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었다. 정기구독을 신청하고 매주 기다렸다. 그렇게 2년 정기구독을 하다보니 ‘학생리포터 모집글’이 눈에 들어왔다. 나 따위가 라는 생각으로 주저하고 주저하다가 결국 지원했다. 정말 운이 좋게도 3차 시험을 통과해서 학생리포터가 되었다. 광고할 때는 그렇게 안 따르던 운이 글에는 따라왔다. 쟁쟁한 기자준비생들 사이에서 광고 지망생이 학생리포터가 됐다는 자체가 기적이었다.     


기적은 이어졌다. 들어가자마자 기획기사를 맡았고, 기획안 통과율도 높았다. 내게는 한 줄로 표현하는 광고보다 몇 장으로 아이디어를 표현하는 일이 더 잘 맞았다. 자연스럽게 기자를 꿈꾸게 되었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준비해보니 역시 나는 특출나지 않았다. 세상은 넓고 글 잘 쓰는 사람은 많았다. 이에 좌절하지 않고 자존심을 굽혀가면서도 방법을 찾았다. 대학내일 콘텐츠팀 인턴자리가 없자 절차를 밟아 미디어마케팅팀 인턴으로 들어가는 식으로. 마케팅팀 인턴 생활에서 광고기사라도 맡아 쓰는 식으로.      


확실히 글쓰기에는 운이 좋은 편이 맞다. 대학내일 콘텐츠팀은 실패했지만, 월간 웨딩21 수습 기자가 되었다. 25살에 수습 기자를 다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안다. 이건 그만큼 귀중한 기회라는 소리다. 그렇게 하고싶은 일을 하면서 먹고 사는 꿈을 이뤘다. 이제 행복할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하고싶은 일을 하는데도 행복하지 않다고 느낀다. 우리나라에서 하고싶은 일을 한다는 것은 앞으로 들장미소녀 캔디가 되야한다는 뜻이다.     

“아무리 힘들어도 울면 안 돼. 하고싶은 일을 하는 사람은 많지 않으니까“

“주말에 쉬고 싶다고? 너 정말 이게 하고 싶은 일이라던 애 맞니?”

“월급이 적으면 어때. 하고싶은 일 하고 살고싶다던 네 선택이잖아”     


하고싶은 일을 하는 대신 다른 일상을 모두 뺏기고도 아무 말 할 수 없다. 아무리 꿈꿔왔던 일이라도 놀이가 아닌 ‘일’이다. 놀이와 일의 차이는 하기 싫지만 해야한다의 차이가 아닐까. 예를 들면, 네가 아무리 영화를 좋아한다고 해도 영화기사를 쓰기 위해서는 영화를 보는 것 뿐 아니라 일일이 캡쳐하는 불편함까지 감수해서 작업해야 한다. 크게는 하고싶은 일에 포함되지만 작게는 하기싫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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