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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생망 Jan 06. 2019

삼시세끼

1

그녀는 항상 읊조렸다. 먹으면 다 똑같다고. 유통기한과 소비기한은 다르기 때문에 괜찮다고..떠리몰, 임박몰, 이유몰은 그녀가 자주 들어가는 단골 사이트였다. 마트에서 1000원에 파는 트레비 탄산수가 여기서는 300원이었다. 비록 유통기한이 일주일 남았을지라도 저렴해서 좋았다.      

“대대적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뉴스에서 연일 떠들고 있다. 사실 그녀는 얼마 전 회사에서 급하게 잘렸다. 인사팀 직원은 자발적인 퇴직이라는 서류를 내밀며 이렇게 말했다.

 “대기업은 위에서부터 자르지만, 중소기업은 아래에서부터 자르는 거 알죠? 다행히 정권이 바뀌어서 신규 채용이 많을 거예요.”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탄산수를 쓰게 들이키면서 가계부를 펼쳤다. 돈을 아끼려면 가장 먼저 식비를 아껴야 한다.       


2

내 유통기한은 원래 길었다. 여러 가지 가공 과정을 거쳐 무려 2년이었다. 만들어지자마자 대형마트에 단기 입점했다. 대형마트에는 들어가고 싶은 탄산수들이 많기 때문에 단기로 밖에 안 된다. 들어가자마자 팔릴 줄 알았지만, 세상은 야속했다. ‘씨그램’이라고 인기 프로그램 ‘삼시세끼’에 나오는 탄산수만 불티나게 팔렸다.       

유통기한이 3개월 정도로 줄자 마트는 나를 내보냈다. 이제 꼼짝없이 폐기당할 운명이다. 10분이면 마실 수 있으니까 3개월이면 충분한 시간인데, 찝찝하다는 이유로 사라질 운명이 처량하다. 나를 만든 사람은 손해가 컸는지 ‘떠리’로라도 팔아보자고 말했다. 유통기한 임박 물품만을 전문적으로 파는 사이트를 알아왔다고.       

드디어 유통기한 임박 물품을 파는 사이트에 입점했다. 1000원이었던 가격은 300원으로 떨어졌다. 무려 70% 할인이다. 여기 있는 친구들은 모두 나와 비슷하다. 유통기한 일주일 남은 친구는 90%까지 세일을 해서 팔려나갔다. 이 정도면 택배비만 내면 공짜로 주는 셈이다.      


3

안녕하세요. 흙수저 생존전문가 가난그릴스입니다. 오늘은 만 원으로 한 달을 보낼 수 있는 가성비 식재료에 대해 알려드리겠습니다. 배고파 죽겠는데 돈이 없어서 막연할 때 보시면 유용합니다.     

1) 감자

감자는 양이 많고, 배부르며, 오래 보관할 수 있습니다.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에서 저렴하므로 온라인에서 구매하시기 바랍니다. 못난이 농산물이라고 시중에서 팔지 못하는 흠집 난 감자를 파는 사이트가 있습니다. 여기서 사면 두 박스에 만 원은 거뜬합니다.     

2) 김

김은 값이 엄청나게 저렴하고, 영양성분도 미역이랑 흡사해서 훌륭합니다. 밥에 싸서 간장, 참기름에 찍어 먹으면 밥도둑이 따로 없고, 물에 불려 김국을 끓여먹을 수도 있습니다. 지금 떠리몰이라는 유통기한 임박 상품을 파는 사이트에서 1달 남은 김 99세트를 3000원에 팔고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3) 생수로 보리차 끓이기

수돗물 먹어도 죽지는 않지만, 역한 냄새 때문에 먹기 싫을 때 좋은 방법입니다. 우선 쌀을 기름 없이 프라이팬에 볶으세요. 갈색 수준으로 태우듯이 끓여놓고 물에 넣으면 ‘쌀 차’가 됩니다. 무려 누룽지탕이랑 같은 맛입니다.       

마지막으로 먹을 거 없을 때 들판에서 캐먹을 수 있는 풀들 알려드립니다. 직접 캐서 먹어본 결과 민들레, 진달래, 국화꽃, 아카시아 추천드립니다. 고추장+참기름+간장 넣고 무쳐먹어도 맛있고, 된장 넣고 끓여먹어도 맛있습니다. 솔잎도 있는데 날로 먹어도 좋고, 차로 끓여먹어도 맛있습니다. 웬만하면 갓 돋아난 새끼순을 따서 드세요!     

TV에서는 삼시세끼의 소소한 즐거움을 표현하는 케이블방송의 한 프로그램이 인기다. 생선을 잡고 고기를 구워 먹으면서 소소한 집밥을 표현한다. 연예인들이 숟가락을 들고 일반 가정에 찾아가서 한 끼 식사를 하는 ‘한끼줍쇼’ 프로그램도 인기다. 중산층 가정의 소박한 밥상이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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