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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생망 Dec 30. 2018

2.늙어서 가족한테 돈 달라고 할래?

평생 일할 수 있는 직업을 찾습니다 #2

늙어서 나한테 돈 달라고 하면 모른 척
할 거야  


연말에 가족끼리 저녁을 먹다가 오빠가 말했다.

맞받아치지도 못했다. 아무리 계산기를 두드려도 늙어서 돈 달라고 안 할 수 없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그 말을 시작으로 시작된 남매 싸움은 간호조무사 자격증 따라는 잔소리로 끝났다.



오빠는 내가 간호대학에 못 붙는다고 장담했다.     


홧김에 오빠가 졸업한 간호대학에 정시를 넣었다. 대학교에는 수능을 보지 않고 들어갈 수 있는 대졸자전형이라는 게 있다. 학교마다 매해 정원에 따라 대졸자전형을 열기도 하고, 닫기도 한다. 예전 대학교의 학점과 면접으로 사람을 뽑는다.     


대졸자전형에 대한 정보는 네이버카페 수만휘의 간호+보건 모임 게시판, 간대모에서 얻었다. 학점 백분율은 88퍼센트, 면접에서는 전적 대학과 나이, 인성, 봉사를 주로 평가한다. 토익 점수를 내면 가산점을 주는데, 700만 넘어도 가산점을 받을 수 있다. 5만원 정도의 원서비를 내고 접수할 수 있다.      


입학증을 받기까지는 생각보다 수월했다.

 기자 시험은 서류, 역량평가, 면접, 합숙 면접이 일상이기 때문이다. 매일, 매년 평가를 받았다. 나는 기획에 대한 아이디어는 있지만, 전문성은 없는 수많은 기자 중에 하나였다. 이 부분을 보완하려고 디자인을 추가로 배우고, 영상을 배웠다. 하지만 전문성에서는 여전히 밀렸다.       


처음에는 합격증만 오빠한테 보여주고 입학까지 할 생각은 아니었다. 약만 올리고 그만할 생각이었는데, 전문성에 대한 고민이 생각났다.


간호사 면허를 따면 병원에 대한 전문성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나라에는 의료인으로 인정받는 게 간호사와 의사뿐이다.      


급하게 짐을 정리하고 입학 준비를 할 때

회사 동료들이 말했다.


자격증
하나 더 추가한다고 생각해


자격증 하나 더 딴다고 생각하고 대학에 들어갔다.      

대학을 들어가는 일은 큰일이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그렇다. 4년이라는 등록금과 공부 때문에 돈을 벌 수 없는 기간에 들어가는 생활비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아빠는 곧 퇴직을 앞두고 있었다.      


그때 나서서 지원해 준 게 오빠였다.


25살부터 돈을 벌고 있던 오빠는 든든한 존재였다. 물론 철저한 성격이다. 원금 상환 계획서를 쓰고 서명까지 해야했다. 요즘도 함께 있으면 라면부터 아이스크림까지 각종 심부름을 시킨다. 매 학기 성적표를 보여주면 내로남불 잔소리하는 걸 좋아한다. 여러모로 짜증나지만 든든하고 고마운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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