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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생망 Feb 11. 2019

커다란 걸레를 빠는 일

엄마는 걸레를 빨아서 방을 닦는다. 하루에도 여러번 방을 닦는다. 추운 겨울이면 걸레는 따뜻한 물로 빨아도 될텐데...꼭 차가운 물로 걸레를 빨고 있다. 


커다란 걸레를 빠는 일은 힘든 일이다. 먼저 대야에 얼음처럼 차가운 물을 가득 받고, 걸레를 넣어서 손으로 여러 번 주물럭거려야 한다. 비누질을 해서 또 여러 번 주물럭주물럭. 이제 헹구기만 남았다. 헹굴 때도 손으로 주물럭거리는 게 필요하다. 걸레를 짤 때도 손으로 꽉 짜야 한다. 이런 일을 얼음같이 차가운 물로 반복하다 보면 손은 뻣뻣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엄마 손은 뻣뻣하고 뻑뻑하다. 그에 비해 내 손은 보드랍고 말랑말랑하다. 그래서 엄마손을 잡을 때마다 무언의 죄책감이 마음속으로 밀려온다.


그래서 우리 남매는 엄마가 걸레로 방을 닦는 것을 싫어한다. 엄마 덕분에 방이 깨끗하고 머리카락 하나도 안 보인다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 우리가 걸레로 방을 닦으면 될텐데, 걸레 빠는 과정이 힘들어서 외면한다.


어느 날, 집으로 택배 한 박스가 왔다. 열어보니 뽀얀 물티슈가 가득 들었다. 1통에 100매씩 들어있는 하얀색 물티슈가 10통이다. 오빠가 샀다고 했다. 한 통에 1000원밖에 안 한다고 했다. 하루에 10매씩 써서 방을 닦아도 넉넉하다. 


현대 발명품인 물티슈를 쓰면 더이상 걸레를 빨지 않아도 된다. 물티슈는 더러워지면 바로 버리면 된다. 바로 버리고나서 새로운 물티슈를 꺼내서 방을 닦으면 된다. 게다가 좋은 향기도 난다. 좋은 향기가 나는 물티슈로 방을 닦으면 손에도 향기가 베일 것만 같다.


물티슈를 볼 때마다 걸레가 생각나지 않아 좋았다. 걸레 빠는 지난한 과정이 상상이 되지 않아 좋았다. 엄마의 뻣뻣한 손이 생각나지 않아 좋았다.  


하지만 엄마는 새햐얀 물티슈로 방을 닦고 버리는 게 아깝다. 걸레 하나면 여러번 방을 닦고도 재활용해서 쓸 수 있는데, 새하얀 물티슈로 한 번 닦고 버리는 일회용인 점이 마음쓰인다.


그래서 다시 또 걸레를 손에 든다. 이번에는 내가 설득을 한다. 


요즘에는 아무도 걸레 안 써. 자취생들도 다들 물티슈 1박스씩 사놓고 써. 왜 엄마만 걸레를 써? 저기 시장에 있는 엄마가 무시하는 아줌마들 있잖아? 그 아줌마들도 장사하면서 물티슈 쓰더라.


엄마는 이렇게 말한다. 


그거 너네가 힘들게 벌어서 산 거잖아. 아껴써야지. 일회용품보다 재활용품이 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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