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생망 Mar 05. 2019

행복을 찾아서

언젠가부터 행복이라는 말을 입에 올리기 시작했다.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소확횡(소소하지만 확실한 횡령으로부터 얻는 행복)과 같은 말들도 유행했다. 사전에서도 행복을 '일상생활에서의 만족감과 기쁨을 느끼는 상태'라고 정의했다. 헬조선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일상생활에서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우리 모두는 적극적으로 행복을 찾기 시작한다. 행복해지기만을 바라고 있던 나에게 적극적으로 행복을 찾는 과정을 알려준 친구가 있다. 


친구는 자존감이 떨어지는 상황에 직면하면 집에 가서 자존감 노트를 펼쳐본다고 했다. 자존감 노트에는 어린시절부터 모아온 자기 자신에 대한 칭찬이 가득하다. 노트를 펼쳐볼 때마다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깨닫게 되고,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어진다. 그리고나서 좋아하는 커피 한 잔이나 술 한 잔을 마시는 일이 얼마나 행복을 가져오는지 모른다고 했다.  


내게 친구는 언제, 어디서나 당당한 사람으로 보였다. 누구에게나 사랑받을 줄 알고 자신의 결정에 확신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행복을 손에 쥐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손에 쥔 행복은 노력을 통해 가진 거였다. 자존감 노트말고도 예쁜 말 노트도 쓰고 있다고 했다. 힘이 없을 때 보면 힘이 나는 예쁜 말을 모아놨다. 에세이집부터 철학책까지! 책 속의 문구가 고스란히 모여있었다.


자신이 언제 행복해질지 알고 행복해지는 일을 적극적으로 찾는 일이 예뻐보였다. 나는 행복은 자연스러운 일상생활 속에서 온다고 생각했다. 내가 행복하지 않은 이유는 일상생활이 행복해지기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돌이켜보면, 행복을 찾는 일은 하나의 다짐과 같은 일이다. 행복해지겠다는 다짐을 하고, 보따리를 짊어지고 행복을 찾아나서는 일. 


행복을 찾아나서는 보따리 안에 무엇을 넣을지 생각해봤다. 내가 수집한 예쁜 문장이 담긴 노트 1권, 내가 쓴 글이 담긴 노트 1권, 그리고 하얀 종이와 펜을 넣어서 행복을 찾는 여정을 떠나고 싶다. 공간이 남는다면 어린 시절부터 모아놓았던 편지도 가지고 가고싶다. 친구들에게 받았던 편지에는 예쁜말들이 잔뜩 적혀있으니까.


오늘은 3월의 다섯번째 날이다. 감기보다 빠르게 지나간다는 봄의 다섯번째 날. 행복을 찾아나서기로 결심하고 밖에 나가보면 새롭게 보이는 일들이 많다. 매화꽃과 목련이 예쁘게 피어있고, 미세먼지는 독하지만 마스크를 끼고 걸을 수 있다는 사실에 새삼 고마워진다. 옷을 입을 때 스타킹을 안 신는다는 사실이 편해서 좋고, 봄나물을 무쳐 먹는 일이 행복하다. 또 이 모든 감상들을 글로 옮길 수 있어서 좋다. 



 





작가의 이전글 가부장제는 사랑의 반의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