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50세 선생님들께 듣는 인생
해설사일을 하면서 만나는 동료 선생님들은 평균 나이가 50세를 향하고 계신다. 기껏해야 열살 터울의 또래들만 만나던 나에게 평균 나이 50세분들을 70명이나 만나는 일은 새로웠다. 근무를 하면서 하루를 같이 보내는 일은 친척 외에 처음 겪는 일이었다.
솔직히, 처음에는 늙다리 꼰대라고 생각했다. 태극기집회를 옹호하고 경제를 살리기 위해 개인을 희생해야 한다는 논리를 가지고 있어 대화하기 싫었다. 대화를 하면 싸움만 된다고 생각했다. 또 보통과 다른 길을 겪는 나에게 '걱정'을 앞세워서 하는 '욕'이 듣기싫었다. 매일 친척집에 온 기분을 느낄 수 있어서 일부러 더 쌀쌀맞게 대했다.
이해를 하려고 노력하게 된 건 허지웅씨의 글을 보고 나서부터다. 허지웅씨는 에세이에서 미운 사람을 미워하면 자신만 상하니까 이해하려고 노력해보라는 글을 썼다. 사람을 이해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귀를 여는 일이었다.
태극기집회와 경제를 위해 개인을 희생해야한다는 논리도 들어보면 앞뒤없는 말이 아니었다. 선생님들은 쌀이 없어서 밥을 굶던 세대다. 그렇기 때문에 밥을 먹게 해준 박정희라는 존재는 신성했고, 밥을 굶는 것보다는 개인을 희생시켜 경제를 살려야한다는 논리가 통하는 세대다.
귀를 열고 선생님들의 말을 이해하려고 하니, 소통이 되었다. 선생님들도 내 말을 들어주시기 시작했다. 요즘애들은 스스로 돈 안 벌고 청년수당을 받아서 쉽게 살려고 한다라는 대화가 생각난다. 취업준비와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면서 겪는 어려움과 청년수당의 철저한 영수증 관리, 실제로 청년수당을 받는 20대가 없다는 일에 대해
말씀드렸더니 서로 이해할 수 있었다.
신기하게도 이해하고 나니 인생조언이 들렸다. 여기 그 주옥같던 말들을 옮겨본다.
사람이 살면서 직업은 언제든지 바꿀 수 있어. 직업은 4-5년만 준비하면 돼.
그리고 백세시대는 하나의 직업만으로 살기 힘들어.
정작 바꾸기 힘든 일은 결혼이야. 직장에서 평생 일해봐야 30년인데, 배우자는 평생을 함께하는 사람이야. 결혼을 바꾸기 위해서는 마음에 스크래치를 내야해. 직업보다 더 신중하게 결혼을 해
공부에는 때가 있다는 말을 흘려듣지 마. 20대와 30대는 무엇이든 스펀지처럼 흡수하는 나이야. 40대가 되면 앞에서 외운 단어도 돌아서면 까먹게 돼. 나이를 먹으면서 공부하기가 힘들어지기 때문에 공부에는 때가 있다는 말이 나온 거야. 무엇이든 스펀지처럼 흡수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돈이야. 시간을 아끼려면 차를 추천하고 싶어. 길에서 버리는 시간 10분만 아껴도 1년이면 2시간이야. 시간을 아껴서 무엇이든 배워.
결혼하면 젊을 때는 바빠서 서로 얼굴을 잘 못 봐. 일하느라 바쁘고, 애기 키우느라 바빠서 집에서는 잠만 자게 돼.
애기가 크면서는 정말 많이 싸워. 교육관도 다르고, 사랑이라는 감정도 사그라들면서 보면 남편이 남의 편이라는 말이 실감이 나.
그러다가 남편이 반려자로 느껴지는 시기가 와. 애들이 대학가고 시집가고 나면, 그때부터 남편이랑 나랑 같이 늙어가는 거야. 그때부터가 결혼을 잘했다고 생각하는 시기야.
나는 집에서 함께 공부할 수 있는 남자가 이상형이었어. 그래서 박사까지 한 남자를 찾아서 결혼했어. 근데 막상 결혼해보니 집에서는 잠만 자. 다른 사람들도 다 그래. 집에서는 잠만 자.
수영,서예,한자는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공부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지긋지긋하다는 딸아이를 붙잡고강제로 가르쳤어. 후회가 되기도 하지만, 다커서 잘 써먹는 거 보면 또 뿌듯해
30살부터 일본어를 시작해서 40살에 마스터하고, 40살부터 영어를 시작해서 50살에 마스터하고, 50살부터 중국어를 시작해서 60살에 마스터했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