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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생망 May 14. 2019

비슷하거나 반대거나

우리 가족들과 나는 성향이 다르다. 어느 정도로 다르냐면 사소한 습관, 성격부터 가치관까지 모두 다르다. 너무 달랐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마찰이 잦았다. 지금도 가족과 함께 살지 않을 때 내가 제일 나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족들과 함께 살고 있을 때의 내 모습은 어딘가 주눅 들어 보이는 모습이다. 강력한 규칙이 우리 집을 지배한다. 아침-점심-저녁의 밥 먹는 시간부터 건강에 안 좋은 음식을 못 먹게 하는 규제까지. 모두가 당연하게 규칙을 따른다. 

 

20살이 넘고 혼자 살기 시작하면서 모든 사람들이 우리 집처럼 살지 않는다는 점을 깨달았다. 혼자 살면서부터 엄마가 못 먹게 하던 껍데기와 비계와 같은 음식을 먹게 됐고, 내 입맛에 맞는 음식을 다시 찾아갔다. 또 밤늦게 돌아다니는 재미에 대해서도 알았다.  무엇을 해도 못하게 하는 규칙이 없으니 자유로웠다. 


그렇다고 가족을 싫어한다는 점은 아니다. 가족들과 나는 성향이 다를 뿐이다. 함께 살지 않을 때 더 시너지가 뿜어나오는 조합이다. 그래서인지 남자친구를 만날 때 가족들과 다른 성향을 골랐다. 가족들과 정반대인 사람에게 강하게 끌렸다. 자유롭고 계획적으로 살지 않는 사람!


정반대를 만나면 행복할 줄 알았는데 그건 또 아니었다. 남자친구의 무계획이 어느순간 대책없이 보일 때가 있었다. 가족들 사이에서는 자유로운 편이지만, 밖에서는 분기별로 계획이 있을 정도로 계획적인 편이다. 가족들이 내게 하는 잔소리를 남자친구에게 하기 시작했다. 그런 나의 모습이 또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정반대 성향의 남자친구와 연애를 반복하다 항상 저런 부분의 벽에 부딪혀서 끝났다. 이번에는 처음으로 가족들과 같은 성향의 남자친구를 만나고 있다. 계획적인 성향이지만, 내가 하고싶은 일은 자유롭게 풀어주는 사람.


얼마 전에 아빠가 가끔 하는 소리를  남자친구에게 똑같이 들었다. 


우리 아빠는 어릴 적부터 외식을 가자고할 때, 나가기가 싫으면 돈이 없다는 이유를 댄다. 어릴 때부터 느꼈지만 돈이 없다고 외식을 못 간다고 하면 정말 비참한 기분이 든다. 밥값은 1인분에 만원을 넘지 않는데, 돈이 없다고 해야 상대방을 가장 쉽게 포기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우리는 집밥을 참 많이도 먹었다. 또 음식점에 가면 가격표를 먼저 보는 습관이 생겼다. 내가 돈을 벌면서부터 아빠가 나가기 싫어서 그랬다는 걸 깨달았다. 아빠한테 돈을 내가 낸다고 해도, 아빠는 다른 이유를 찾아냈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외식을 하러 나가는 일이 귀찮았던 거다.  


근데 남자친구가 얼마전에 아빠처럼 말했다.


남자친구가 삼겹살을 좋아해서 삼겹살을 같이 먹으러가자고 했는데, 요즘 뉴스를 보니까 삼겹살이 비싸져서 집에서 먹었으면 한다고 했다.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 점인데 불같이 화를 냈다. 가기싫으면 가기싫다고 하지 돈 핑계되지 말라고 쏘아붙였다. 이것도 어느 정도의 피해의식 때문이겠지. 남자친구가 세상 어리둥절하면서 미안하다고 말했다. 


100일도 안 만난 남자친구를 보면서 아빠가 생각났다. 이 사람이랑 같이 살게되면 아빠랑 같이 사는 일의 반복인가라는 과도한 생각까지 들었다. 아빠는 성실한 사람이고, 모든 것을 아끼는 습관이 나를 키우기 위해 생겼다는 점을 안다. 아빠가 그렇게 저축했기 때문에 내가 학교를 두 번이나 다시 다닐 수 있다는 점도 안다. 


하지만, 혼자 살아보니까 전기세나 외식값이나 에어컨 비용을 과도하게 아낀다고 해서 저축하는 액수의 차이는 크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그런 소소한 돈을 낭비할 때 행복감을 크게 느끼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평생 돈을 벌고싶은 이유도 여기에서 왔다. 나는 내가 돈을 벌어서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내가 하고싶은 소소한 돈을 낭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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