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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생망 Mar 09. 2016

등록금에 임하는 자세

올해도 새학기가 밝았다

“수원대는 학생에게 등록금 일부를 돌려줘야 합니다.” 서울 중앙 지방법원은 2013년 수원대 학생 53명이 학교법인과 이사장 및 총장에 제기한 등록금 환불 청구 소송에 대해 지난 4월 일부 승소 판결을 선고했다. “한 명당 100만원에서 400만원을 돌려줘야 한다.”는 학생들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인 것이다. 재판부는 “학생에게 정신적인 위자료 명목으로 학년에 따라 30만원~90만원씩 반환하라(총 반환금액 2640만원)” 고 했다. 2013년부터 SNS에서부터 시작된 법정 싸움이 끝을 본 셈이다.  


 당시 재학생들은 “재정 상황이 어렵지 않았음에도 학교는 교육환경 개선에 소홀했고, 오히려 적립금만 쌓였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이미지로 만들어 SNS에 활발히 올리기도 했다. 여기서 적립금이란 대학·학교법인이 연구·건축·장학 등 특정한 목적을 위해 모은 기금이다. 2013년에 교육부가 회계 기준을 새로 정한 뒤엔 기부금, 법인 전입금, 학교의 수익용 재산에서 얻은 수익 등으로만 적립할 수 있게 되었다. 소송을 진행한 학과는 대체로 이공계와 예체능계 학생들이었다. 그들이 소송을 제기했던 이유는, 문과계열 학과보다 등록금이 100만원 정도 비싼데도 그만한 질의 교육 서비스를 받지 못했다는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2014년 교육부 감사 결과에 따르면, 수원대는 “이월·적립금을 부당하게 운영”하면서 학생들에게 받은 등록금보다 현저하게 질이 떨어지는 교육을 제공하였다는 것이다. 수원대학교는 44명의 학생이 재학할 당시인 2011년을 기준으로 전임교원 확보율은 45%에 불과했으며, 등록금 대비 실험실습비와 학생지원비 역시 수도권 종합대학 평균의 각각 41%, 9% 수준에 그쳤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학생들이 대학을 선택할 당시의 기대나 예상에 현저히 미달함으로써 학생들에게 정신적 고통을 가했다고 할 만해 (수원대 학교법인, 이사장, 총장 등이) 금전적으로나마 학생들의 정신적 고통을 위로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한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를 가장 화나게 하는 점은 정신적 고통과 금전적 위로라기보다는 대학이 등록금을 제대로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학교는 항상 ‘돈이 없다’ 고만 이야기를 한다. 등록금을 내는 너희들이 감수해야 한다고 양보만 요구한다. 인문계열이건 등록금을 더 많이 내는 공대 및 예술계열 모든 학생들의 교육환경이 좋지 않은 건 마찬가지다. 어학이나 정치외교, 국문학과는 대학에서 투자를 안 한다. 오히려 학교 취업률 까먹는 존재로 취급한다. 공대나 예술계열 학생들은 수원대와 마찬가지로 실험실 기구가 노후하거나 열악한 환경에서 실습을 한다. 분명히 ‘실험실습비’라고 돈을 더 받아 가는데 실습장비는 늘지 않는다. 돈을 내는 학생은 있지만 투자, 아웃풋이 전혀 없으니 학생들은 돈을 내는 ‘호구’ 같다.


 부실한 교육과 장비로 인해 학생들이 당장 겪어야 하는 것은 잠재력 발전 가능성의 손상이다. 그리고 그로 인해서 초래되는 미래 전망의 훼손일 것이며, 이러한 점은 그 무엇으로도 보상하거나 복구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이번 재판 결과는 다른 학교의 등록금 소송에도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수원대의 다른 학과 학생들도 소송을 준비하고 있으며, 청주대 총학생회도 학교법인을 상대로 등록금 반환 소송을 계획하고 있다. 2011년 시작된 반값등록금 운동이 이번 판결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미래를 위해 어마어마한 돈을 내고 4년 동안 다니는 대학교이다. 이번 판결로 우리도 적립금을 교육으로 다시 돌리는 것을 주목할 때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등록금만큼의 교육을 주장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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