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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생망 Mar 10. 2016

성격의 장단점

어렸을 때 나는 부모님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싶었다. 사랑을 독차지할 수 없는 건, 하나 있는 오빠의 존재가 컸다. 오빠에게 사랑을 빼앗기지 않게 열심히 전전긍긍했다. 내 앞에서는 오빠와 부모님이 대화를 나누지 못하게 하고, 엄마 손과 아빠 손은 ‘내꺼’라고 명시했다. 이런 내게 부모님은 오빠에 비해 이기적이라고 평하셨다.


 학교에서 가장 친한 친구가 생겼을 때도 그랬다. 친구가 나를 가장 우선시해야 했다. 그게 아니면 머리끝까지 화가 났다. 그런 걸 거치면서 내가 어떤 것에 마음이 쏠리면, 잊지 못하고 매달린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런 마음은 사회적으로 환영받지 못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내게 사람들은 집착이 심한 아이라고 평했다.


 그렇게 나는 머리가 커가면서 집착을 숨기는 법을 배우게 됐다. 집착의 원 뜻은 ‘늘 마음이 쏠려 잊지 못하고 매달림’이라는 뜻이다. 착하지도 나쁘지도 않은 하나의 단어일 뿐이다. 근데 우리가 ‘집착’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떠오르는 이미지는 스토커다. 이건 ‘사랑과 전쟁‘의 탓이 크다. 그래서 나도 집착을 숨기고, 쿨한 척을 하게 됐다.


 그리하여, 나름대로 인생의 비밀(?)을 가지고 사는 사람이 됐다. 어떤 사람과 관계를 시작할 때, 섣불리 마음을 내주지 않는다. 그러다 보면 그 사람이 나를 더 좋아하는 때가 온다. 좋아하고, 좋아하고, 좋아하게 되면 그때서야 내 안의 집착이 고개를 든다. ‘ 이 정도로 날 좋아한다면, 어느 정도 나도 마음을 표현해야 하지 않을까? ’ 그때부터 집착기가 시작된다. 집착기는 상대를 살피면서 진행되다가, 상대가 자신에 대한 강한 애착을 깨닫는 순간 사라졌다 다시 생기기를 반복한다.

 

결핍은 결핍을 알아보기에 종종 나처럼 집착이 심한 사람이 눈에 띈다. 그런 사람에겐 마음속으로 깊은 동질감을 느끼게 되어버린다. 영화 [나를 찾아줘] 가 그랬다. 다른 사람들은 그 영화를 보면서 ‘질린다.’ ‘저런 게 사랑이냐?’ 등의 평을 했지만, 나는 그 여자가 남자를 정말 마음을 가득 담아 사랑했기에 저런 일을 벌였다고 생각했다. 극 중의 여자 주인공이 남자가 바람 피고 있는 것을 알았을 때, 이혼을 요구하는 합리적인 전개로 극이 흘러갔다고 생각해보자. 남자와 여자 사이에는 변호사와 위자금이 오가고, 결국에는 도장 하나로 남남이 되어버렸을 것이다.  

 

사전에서 집착의 유의어는 애착과 집념이다. 나도 사람에 대한 집착이 강한 만큼, 애착도 강하다. 그만큼 정도 많다. 내 사람들의 세세한 기념일부터 커다란 일까지 하나하나 달력에 적어두고 챙기려고 한다. 또 한 번 ‘내 사람’이라고 믿기 시작하면 끝까지 그 사람 편일 정도로 의리도 쓸 만한 편이다.  사람 뿐 아니라 다른 많은 것들에도 집착을 한다. 책과 영화에 대한 집착은 수많은 것들을 끝까지 보게 했고, 그곳에서 얻은 감각들로 먹고살게 될 힘도 마련하는 중이다.

 어떤 것이든 하나를 정하면 끝장을 보는 습관은 나를 끈기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주었다.    

 

나는 앞으로도 기꺼이 집착이 심한 사람으로 살 것이다. 때론 주변의 시선들 때문에 쿨한 척을 하면서 세상에서 가장 관대한 척을 할 때도 있겠지만, 집착이란 커다란 휴머니즘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나와 친해지면 누구든 내 집착을 보게 될 것이다. 내가 이토록 집착을 하는 이유는 그만큼 사람과 세상에 대한 애착이 강하기 때문이 아닐까? 사람과의 관계에서 집착하는 걸로 내 마음을 표현하는 것은 확실히 덜 합리적이고 비이성적이다. 그렇지만 좀 더 인간다운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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