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생망 Jun 30. 2019

나는 왜 회피형이 됐을까?

나는 왜 회피형 애착이 되었을까?


연애할 때 '회피형은 믿고 거르자'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회피형에게 상처 받은 사람들이 많다는 뜻이다. 회피형은 문제가 생기면 해결보다는 자신만의 동굴로 도망가버린다. 그곳에서 숨어지내면서 문제가 저절로 해결될 때까지 기다린다.


이런 죽일놈의 회피형이 나라는 걸 간호학과 수업을 들으면서 깨달았다. 그러면서 깨달은 점이 또 있다. 지금까지 살면서 친구 관계에서나 연인 관계가 잘못됐을 때,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회피형 애착이 원인일 수도 있겠구나...!!


회피형은 상처받는 일이 두려워서 타인과 일정한 거리를 두려고 한다. 좋게 말하면 기부 앤 테이크가 확실하고 남에게 의지하지 않는 독립적인 성격이다. 나쁘게 말하면, 친구와 연인에게 마음을 깊이 주지 않아서 아무리 친해져도 속을 모르겠고 친밀해지지 않는 성격이다.


아기였을 때 어머니와의 관계가 애착 유형을 결정한다. 아기였을 때의 애착이 평생의 대인관계를 결정한다는 사실이 소름돋지 않는가.  내가 아기였을 때 엄마에 대한 기억은 이렇다. 엄마에게 사랑받고 싶었는데, 엄마가 원하는 요구조건이 너무 많았다.


엄마를 따라서 세 살 때 한글을 다 읽었다. 90년대에 세 살에 한글을 깨치는 일은 특별해서 신문에도 났었다. 외할머니는 내가 영재라고 생각했다. 열심히 사랑받기 위해 노력했지만, 요구조건은 점점 많아져서 힘들었다.


공부, 악기 뿐만 아니라 내성적인 성격까지 외향적으로 바꾸려고 하다보니까 너무 지쳤다. 그 때부터 누군가와 가까워지는 건, 피곤한 일이라는 생각을 마음에 품게 됐다. 친밀해지면 사랑받고 싶어지고, 내가 요구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해서 버림받을까 무서웠다.


내 방어기제는 아무도 일정한 거리 안으로 타인을 들이지 않는 것이다. 그게 바로 회피형 애착이다. 감정을 느끼지 않고, 마음에 아무도 들이지 않음으로써 자신의 안전을 확보하는 법을 익혔다.


내 연애는 어땠을까? 독립적이었다. 일주일에 한 번만 만나고, 데이트에 쓸 수 있는 돈은 정해져 있었으며, 너무 큰 신세를 주고받지않으려고 노력했다. 행복한 데이트를 하고 나면, 집에 가는 길에 항상 생각했다. 이 사람이 언제든 없어질 수 있으니까 혼자 사는 법을 잊어버리지 말아야지.


그러다보니 미래계획에 연인이 들어가는 일은 적었다. 이 부분에 대해 서운해해도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말했다. 회피형에 대해 알고나니 지나간 연애들에게 미안해졌다. 그동안 다들 많이 힘들었겠구나..


'나는 너를 바꾸려하지 않는데,

너는 왜 나를 바꾸려해?'


이런 말도 나의 단골 멘트였다. 연애가 두 사람이 깊게 관계를 주고받는 일임을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1+1=2가 아니라 1/1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연애가 삐긋거렸던 것이다.


지금은 내가 회피형이라는 걸 아는 것만으로 변화할 준비가 됐다고 생각한다. 애착유형은 거대한 안전기지를 만나면 바뀌기도 한다. 지금 내 연애상대는 애착유형이 무려 안정형이다. 상대와 멀어지고 싶을 때마다 회피형이기 때문에 나오는 반응이라고 생각하면서 변화해나가려 노력중이다.




작가의 이전글 앞서거니 뒤서거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