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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생망 Jun 30. 2019

호흡,맥박,체온에 대해

인간의 바이탈

사람이 살아있다는 징후를 바이탈로 체크해볼 수 있다. 호흡과 맥박과 체온이다. 호흡은 1분에 22회 정도일 때 정상이다. 맥박은 1분에 68회 정도일 때 정상이다. 체온은 따끈한 36.5도일 때 정상이다. 여기에 플러스로 혈압, 혈당, 콜레스트롤을 들 수 있다


내가 가장 먼저 배운 일도 바이탈 재는 일이었다. 2019년은 갤럭시워치가 맥박과 체온을 자동으로 재서 알려주는 시대지만, 간호학과 학생들은 여전히 아날로그로 바이탈을 재는 법을 배운다.


수은체온계를 겨드랑이에 넣어서 체온을 재고, 맥에 두번째와 세번째 손가락을 대고 초침시계를 보며 맥박을 센다. 누워있는 환자의 가슴이 들어올려지는 것을 관찰하면서 호흡을 센다.


바이탈이 정상범위에서 벗어났을 때, 문제가 생긴다. 호흡이 적으면 무산소증을 의심해볼 수 있고, 맥박이 들쑥날쑥하면 부정맥을 의심해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바이탈에 대해 아날로그틱하게 배우고 나서 기계를 이용하는 법을 익힌다.


하지만 기계는 믿을 수 없다. 실습을 하면서 아날로그가 왜 중요한지 깨달았다. 기계는 인간보다 더 실수를 많이 한다. 전자혈압계의 배터리가 나갈 때가 되면, 고혈압도 정상혈압으로 재어진다. 이때, 차트를 찾아보면서 기계가 이상하다는 걸 발견하는 건 인간이다.


기계가 못 미더운 인간은 '아네로이드 혈압계'를 들고 환자를 찾아간다. 환자의 팔을 꽉 감고, 펌프의 압력을 올린 후에 청진기로 맥이 뛰는 소리를 듣는다. 맥이 가장 높게 뛸 때가 최고혈압, 맥이 없어질 때까 최저혈압이다.


아네로이드 혈압계를 들고 혈압을 잴 때면, 왠지 기계 따위 믿을 수 없어라고 말하는 것 같아서 뿌듯하다. 점점 인간보다 기계가 표준이 되어가는 시대다. 블랙미러에는 기계에게 대체되는 인간의 모습을 서글프게 그려내는 이야기가 나온다. 픽션이 진짜같이 느껴질 때마다 바이탈을 재는 모습을 떠올리며 안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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