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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생망 Jul 16. 2019

경험주의

살아가면서 경험하는 일

나는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어떤 뛰어난 이론과 진심이 가득한 조언이 있을 때에도 내가 경험해보고 결정한다. 이 방식의 위험한 부분을 알고있지만, 경험해서 느끼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살아가면서 경험하는 일들이 있다. 10대 때는 남들과 다른 방향으로 들어간다는 게 엄청 큰 일인 줄 알았다. 재수는 큰일이고, 삼수는 더 큰일이다. 23살에는 대학을 졸업해야하고, 공백 없이 취직해야 하고, 30이 되기 전에는 결혼해야하는 그런 일들과 결혼과 모성애의 기쁨 등.


생애주기별 과제를 꼭 해내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다. 살아가기에 최소한의 돈과 집이 있다면! 생애주기별 과제가 아무리 늦어도 곤란한 상황에 처하지 않는다.


20대 초반 친구들이 일 년의 휴학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할 때면, 20대 중반까지 취직하지 않아도 지구폭발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해주고 싶다. 친구들과 동일선상에 서지 못해도 괜찮다고! 머릿속에 있는 생애주기별 과제는 젊고 싱싱한 노동자를 만나기위한 사회적 세뇌의 하나라고 알려주고 싶다.


어제는 고등학교 친구들을 만났다. 고등학교는 성적으로 사람 등급을 나누던 곳이다. 어느 대학, 무슨 과에 들어갔느냐가 미래를 결정한다는 좁은 생각을 가졌다. 지금은 의지와 부모님의 재력이 미래를 결정한다고 생각한다.


부모님의 재력은 꽤 중요했다. 20살이 되자마자 독립했던 친구는 가장 돈을 빨리 벌 수 있는 자격증을 땄다. 반대로 여유가 있었던 친구는 좋아하는 일을 찾기 위한 테스트 기간을 가질 수 있었다.


'삶은 끝날 때까지 끝나는 일이 아니었고,

때론 고통이었다.'


누군가는 인터넷으로 옷을 팔아 아파트를 샀고, 누군가는 일찌감치 대학을 그만두고, 자격증을 따서 7년째 일하고 있다. 공부를 잘했던 누군가는 인생을 길게 보고 시험을 준비하고, 평생 전공으로 먹고살고싶다던 누군가는 새로운 전공을 택했다.


의지에는 경험이 많이 반영됐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일의 제대로 된 대가를 받지 못했던 친구는, 좋아하는 일을 해도 행복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일은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다른 일을 할 수 있었다.


반대로 하루 일과가 일들로 가득했던 친구는 돈을 많이 벌어도 시간이 없다면 행복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지금은 돈을 적게 벌어도 저녁과 주말이 있는 삶을 택했다.


이렇게 보면,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여지는 청춘은 얼마나 단순한 캐릭터인가. 청춘만화에서는 어떤 고난과 역경에도 꿈만 보며 다가가는 열정캐릭터가 나온다. 열정캐릭터는 돈 때문에 쉽게 포기하지 않고, 고난을 쉽게 이겨낸다.


하지만, 우리는 캐릭터가 아닌 인간이기 때문에 돈 때문에 쉽게 포기하기도 한다. 고난을 쉽게 이겨내지 못해 몇 년이고 방황하기도 한다.


 한 번에 생애주기별 과제를 끝낸 친구도 유턴을 할 때가 있다. 결혼은 집안과 집안의 결합이라는 부제에 따라 여러가지 이해관계가 작용하는 무시무시한 일이다. 행복이라는 자신의 의지가 뚜렷하다면 유턴도 괜찮다.


유턴 후에도 삶은 길고, 자신의 행복이라는 의지가 있다면 고난을 천천히 수습하면 된다. 살아보기 전에는 직진만 하지 않으면 큰일날 것 같았는데, 살아보니까 유턴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유미의 세포들에서 나온 말처럼 세포들의 넘버원은 자신의 행복이다. 부모님의 행복도, 사랑하는 사람들의 행복도 아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자신의 행복만 보고 나아가면 된다. 유턴이든 뭐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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