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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생망 Jul 30. 2019

남자친구의 카톡을 몰래 봤다

카톡을 함부로 보면 안된다는 걸 알고있었다. 예전 연애에서 카톡을 훔쳐봐서 석고대죄 사과를 한 경험도 있다.그러니까 카톡을 보는 일이 중대한 사생활 침해라는 점은 충분히 알고있었다.


도저히 호기심을 제어할 수가 없었다. 나와의 카톡이 아닌 다른 사람과의 카톡은 어떻게 하는지 궁금했고, 내게 말하지 못한 힘든 일은 없는지, 다른 여자와 연락하는지 등이 궁금했다.


날 믿고 남자친구가 알려준 휴대폰 비밀번호 네자리가 또렷하게 머리를 맴돌았다. 휴대폰 안을 봐도 상관없다는 말도 덩달아 생각났다. 그렇다고 카톡까지 세세하게 보라는 뜻이 아니었다는 걸 알고있었지만, 호기심을 못 이기고 카톡을 열고말았다.


카톡을 훔쳐보고나서 좋았던 경험은 없다. 카톡 속 비밀 하나를 알게되면 더 알고싶다.  멈출 수 없다. 그래서 카톡을 훔쳐보고나면 내가 봤다고 이실직고하게 된다. 카톡 이후가 궁금해서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밤늦게 이성에게 보낸 '뭐해?'라는 카톡과 '괜찮으면 지금 나올래?'라는 톡을 보면 가슴이 철렁내려앉아버린다. 하지만 카톡 이후가 궁금해서 캐물어보면, 친구에게 소개시켜주려고 했다는 말을 듣게된다.


카톡은 단면에 불과하기 때문에, 메세지 두 줄을 보고 어디까지 상상해버릴 수도 있다. 또 신용등급과 같은 알고싶지않은 점까지 알게될 때도 있다. 너무 많은 정보를 얻게되면 그것도 마음이 불편하다.


이번에도 카톡을 훔쳐보고나서 이실직고했고, 비밀을 하나 더 들었다. 이실직고하기 전까지는 혼자 상상하느라 괴로웠고, 옛 연애에서 카톡을 훔쳐보고 괴로웠던 상황이 오버랩되어 괴로웠다.


세상은 변하는데 나만 변하지 않았다는 자괴감! 그렇게 비밀을 탈탈 털어 다 알게되니 너무 많이 알게되어 불편했다. 그리고 후회가 시작됐다. 왜 나의 이성세포는 호기심을 제어하지 못할까부터 남자친구가 흔쾌하게 카톡 훔쳐본 걸 용서해주는 아량도 부러웠다.


내가 또 호기심을 제어하지 못할지 모르니까 남자친구 카톡에 혼자만 아는 비밀번호를 걸라고 말했다. 남자친구의 카톡을 억지로라도 보고싶지 않았다. 그는 날 믿는다며 아직도 카톡 비밀번호를  걸지 않고있다. 그래서 나는 내가 언젠가 또 카톡을 훔쳐볼까봐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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