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원에서 돌아와 보니

-익숙했던 비일상이 낯선 일상이 되기까지

by Yan

주재원 생활 7년.
그 시간은 내게 ‘비일상의 일상화’를 경험하게 해줬다.


아침이면 기사와 차량이 아파트 정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고, 나는 엘리베이터를 내려가며 그날의 회의나 미팅을 머릿속으로 정리했다. 가끔은 현지 직원들과의 온도차에 대해 고민도 했고, 본사 보고용 자료를 머릿속으로 그리며 출근길을 보냈다. 차창 밖은 늘 이국적이었지만, 어느새 내 일상이 되어버린 풍경이었다.


그리고 이제,
나는 서울 어느 구역의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린다.
버스는 도착하자마자 사람들로 가득 찬 공간 속으로 날 밀어넣고, 나는 흔들리는 손잡이를 붙잡은 채 창밖을 본다. 여전히 회의 자료를 생각하지만, 그건 더 이상 해외 법인의 전략안이 아니라 본사의 일감 처리 순서다.


아침부터 ‘현타’가 온다.
그리운 건 편안함이 아니라, 역할의 밀도였다.
주재원 시절, 나는 작지만 분명한 '대표'였다.
재무, 인사, 운영, 소싱까지 모든 의사결정이 내 손에서 이뤄졌고, 책임도 명확했다. 작지만 내 ‘회사’라는 느낌이 있었고, 현지 직원들과 부대끼며 만들어가는 그 감각은 살아 있다는 느낌을 줬다.


하지만 지금은,
나는 더 큰 조직 안의 작은 톱니바퀴다.
의견을 내도 승인 절차는 길고, 회신은 더디다.
가끔은 내가 예전에 잘 돌아가게 만들던 시스템 안에서, 이제는 내가 나사가 된 듯한 기분이 든다. ‘주인의식’이 조직 안에 머물 자리가 많지 않다는 걸 새삼 실감한다.


골프 하나도 다르다.
주재원 시절엔 금요일 오전이라 하더라도 ‘토요일 6시 티오프’ 예약은 가능한 일정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직접 운전대를 잡고 경기도 근교를 돌며, “막히지 않을까?” 걱정부터 해야 한다.
스윙보다 중요한 건 출발 시간 계산이고, 라운딩 후 다시 장시간 운전해서 돌아올 체력 안배다.
편안함의 크기보다, 삶의 밀도가 달라졌다는 생각이 든다.


출근길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나는 오늘도 중심을 잡으려 애쓴다.
그 중심이 외부 조건이 아니라 내 안에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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