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가 만든 거울속의 나

-자신을 성찰할 수 있는 도구가 될 수도 있을까

by Yan

요즘 젊은 세대의 아침 루틴은 명확하다.

눈을 뜨면 거울보다 먼저 켜는 것은 스마트폰, 그리고 그 안의 SNS다.

그곳에는 어제 누군가가 다녀온 고급 식당, 누군가의 빛나는 얼굴, 명품 가방과 반짝이는 일상이 펼쳐진다.
자기 얼굴보다 남의 얼굴을 먼저 보고, 자기 하루보다 남의 삶을 먼저 엿보는 것으로 하루가 시작된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욕실 거울 앞에서만 나를 보지 않는다.
우리는 SNS라는 디지털 거울 앞에서 매일같이 '보여질 나'를 설계하고, 가공하고, 연출한다.
그리고 그 거울 속의 나에, 스스로 속고 있다.


모두가 ‘좋은 것’만 올리는 세상

SNS를 보다 보면 한 가지 확신하게 된다.
세상은 온통 화창하고, 예쁘고, 반짝이는 것들로 가득하다.

거기엔 실패도, 상처도, 외로움도 없다.
그저 누군가는 커피 한 잔을 예쁘게 찍었고, 또 누군가는 제주도에서 노을을 배경으로 웃고 있다.
그들은 새 옷을 입고, 새 차를 타며, 새 화장품을 자랑한다.

그러나 우리는 안다.
그들이 올린 그 3초짜리 사진 뒤엔 수십 장의 셀카, 필터, 고민, 그리고 의도된 연출이 있다는 것을.
진짜 삶이 아니라, ‘보여줄 수 있는 삶’만이 남는 공간이라는 것을.

문제는 이 비정상적인 ‘좋은 것’들만의 전시회
우리로 하여금 우리 자신의 현실을 하찮게 여기게 만든다는 것이다.

좋은 직장을 다니면서도, 좋은 얼굴이 아니라는 이유로
꽤 괜찮은 하루를 보냈으면서도, 인스타그램에 올릴 것이 없다는 이유로
자신의 삶이 ‘남들보다 뒤처진다’는 착각에 빠진다.


비교와 불안의 구조

SNS는 사람들에게 ‘자발적 비교’의 공간이 되었다.
남들이 사는 옷, 남들이 다니는 헬스장, 남들이 고른 스킨케어 브랜드를 보며
자기도 모르게 따라 사고, 따라 쓰고, 따라 살게 된다.

처음엔 관심이었다.
그 다음엔 부러움이었고, 나중엔 압박이 되었다.

‘좋아요’가 많으면 괜히 으쓱하게 되고,
댓글 반응이 없으면 왠지 내가 틀린 사람처럼 느껴진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서서히 중독된다.
피드백에 중독되고, 타인의 시선에 중독되고,
결국은 ‘타인을 위한 나’를 만드는 데 익숙해진다.


우리는 왜 SNS를 끊지 못할까?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한다.
“이젠 좀 그만 봐야지.”
“차라리 계정을 없애버릴까?”

그런데도 SNS를 켜는 손은 멈추지 않는다.
그 이유는 생각보다 깊다.

첫째, 인정 욕구.
인간은 본능적으로 타인의 시선을 통해 자신을 확인하고 싶어 한다.
SNS는 그 욕망을 실시간으로 충족시켜준다.
좋아요, 팔로워, 리그램… 이 모든 것이 ‘나는 존재해도 괜찮다’는 증거처럼 느껴진다.

둘째, 공동체의 해체.
예전에는 친구, 가족, 이웃이라는 오프라인 공동체가 우리의 정체성을 지지해줬다.
지금은 그 자리를 SNS 네트워크가 대신하고 있다.
그래서 더더욱 ‘SNS 속 이미지’가 곧 ‘나’가 되어간다.

셋째, 불안한 시대.
세상은 불확실하고, 미래는 보장되지 않았다.
이 시대에 SNS는 하나의 ‘회피처’가 되었다.
현실은 보잘것없지만, SNS 속 나는 괜찮아 보이니까.
어쩌면, 포장된 나를 통해 불안한 현실을 견디는 방법일지도 모른다.


나도 모르게, 나도 그 거울 앞에 서 있었다

이렇게 SNS의 병폐를 나열해 놓고 보지만,
사실 나는 요즘 들어 점점 더 SNS를 가까이하게 된다.

젊은 세대뿐만 아니라, 나이 들수록 SNS는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어쩌면 외로움을 달래주는 수단일지도 모른다.
점점 줄어드는 인간관계, 쉽게 털어놓을 수 없는 감정들...
그런 것들이 나를 브런치 글쓰기로 이끈 건지도 모르겠다.

두 권의 책을 쓰는 동안 나는 알게 되었다.
나도 모르게 누가 내 글을 읽었는지, 얼마나 '라이킷'을 받았는지
누가 어떤 댓글을 달았는지를 신경 쓰고 있는 나 자신을.

다른 작가의 인기글을 훑으며,
나도 좀 더 매끄럽게, 좀 더 사람들 눈에 들게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자신을 보면서
‘이것이 과연 나의 글인가, 아니면 누군가를 의식해 연출한 나인가’ 하는 의심이 들기도 했다.

그런 생각이 드는 순간,
젊은 세대들이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에 올리는 사진도 문득 다르게 보였다.
그들도 어쩌면, 타인의 시선 속에서 점점 ‘진짜 나’와 멀어지고 있는 건 아닐까.
‘좋은 삶’을 보여주려다, 정작 '내 삶'을 잃어가는 것은 아닐까.


SNS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관심과 교류, 기록과 표현이란 장점과
허영과 비교, 연출과 중독이라는 함정 사이에서
나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여전히 명확한 답은 없다.
하지만 적어도, 나는 그 거울을 의심할 줄 아는 나로 남고 싶다.
그리고 가끔은, 그 거울에서 시선을 거두고
조용히 나 자신에게로 되돌아오는 연습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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