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제 사람을 경영한다

- 리스크 매니지먼트: 예상치 못한 파도 앞에서 -

by 방랑자 연필


제8화. 리스크 매니지먼트: 예상치 못한 파도 앞에서


컨설턴트로서 나는 늘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리스크를 관리하는 법을 가르쳤습니다. 하지만 정작 내 삶에 들이닥친 파도 앞에서는 무력했습니다. 2000년 3월의 어느 새벽, 영국계 글로벌 기업의 결산 업무를 마치고 시화공단을 나서던 길을 잃지 못합니다. 격무와 스트레스로 인해 나도 모르게 차를 역주행하던 그 찰나의 순간, 나는 생의 끝자락을 보았습니다. 그것은 내 인생이 보낸 가장 강렬한 '리스크 경고'였습니다.


20251214_175627.jpg 동탄 센트럴파크 야외 분수대


돌이켜보면 내 삶은 늘 예기치 못한 리스크의 연속이었습니다. 어머니가 들려주셨던 아버지의 노름으로 하루아침에 전 재산을 잃었던 해방직 후의 기억은, 리스크란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가르쳐주었습니다. 40대에 찾아온 갑작스러운 실직과 두 번의 위기는 나를 절망의 벼랑 끝으로 밀어 넣었지만, 역설적으로 그 시련은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습니다.


진정한 리스크 매니지먼트는 위험을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위험 속에서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회복 탄력성'을 기르는 일입니다. AI 시대에 우리는 기술적 실업과 급격한 변화를 두려워합니다. 하지만 진짜 위험은 변화하지 않는 것이며, 배움을 멈추는 것입니다. 60세가 넘어서도 AI 글쓰기 과정을 수강하며 '영원한 현역'을 꿈꾸는 것은, 변화라는 거대한 파도에 몸을 싣는 나만의 리스크 대응 전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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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는 예기치 못한 상황이 닥쳐도 당황하지 않습니다. 그것이 나를 넘어뜨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내 삶을 새롭게 정의하기 위한 부르심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완벽한 계획이란 없으며, 오직 그 상황을 대하는 인간의 용기와 지혜만이 있을 뿐입니다.


'실패는 손실이 아니라, 고가에 치른 인생 경영의 컨설팅 비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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