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9화. 현실의 벽 -
제9화. 현실의 벽
재훈의 한마디는 회의실의 공기를 순식간에 바꾸어 놓았다.
'데이터에 없는 인간의 오차….' 서진은 중얼거렸다. '저희는 그걸 어떻게 데이터화할지 고민했는데, 근본적인 질문을 놓치고 있었군요.'
민혁 역시 반박할 수 없었다. 기술자로서 그들이 간과했던 '현실의 무게'였다.
재훈은 자신이 말을 시작한 것에 후회하며 다시 벽 쪽으로 물러섰다. 하지만 이미 그의 존재는 단순한 참관자가 아니었다.
'재훈 님.' 서진이 다시 한번 정중하게 불렀다. '저희 팀에 들어오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다만, 저희 프로젝트를 현장 시각으로 처음부터 다시 봐주시면 안 될까요? 저희는 투자 유치에 실패하면 이대로 끝입니다. 저희의 기술을 현실에 접목시키지 못하면, 저희의 꿈은 여기서 멈춰요.'
서진의 말은 절규에 가까웠다. 재훈은 그제야 청년들의 스타트업이 이미 벼랑 끝에 서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투자 유치 실패.'
그 단어는 재훈의 심장을 다시 한번 찔렀다. 25년의 경력이 잘려나갔던 '구조조정'과 같은 종류의 아픔이었다.
'지금까지 저희가 받은 고객 피드백도 거의 없어요.' 민혁이 노트북 화면을 보여주었다. '테스트 공장에서도 계속 똑같은 답만 돌아옵니다. '좋은데, 쓸모는 없다.'
재훈은 화면에 띄워진 AI의 예측 모델을 보았다. 수백 줄의 코드가 짜여 있었지만, '공장 냄새'는 전혀 나지 않았다.
'좋은데, 쓸모가 없다….' 재훈은 낮은 목소리로 읊조렸다.
'저희 AI는 완벽하다고 생각했는데, 왜 현장에서 외면당하는 걸까요?' 서진이 좌절하며 물었다.
재훈은 그 질문에 답할 수 있었다. 그들이 놓치고 있는 건,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문제'였으니까. 그리고 그것이 바로 자신이 25년간 몸으로 부딪히며 얻어낸 지혜였다.
— 9화 끝 —
수요일 연재 웹소설 10회가 이어집니다.
이해담 (Elias Tho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