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6화. 과거의 망령: 낡은 칼날의 역습 -
제26화. 과거의 망령: 낡은 칼날의 역습
콘퍼런스장의 화려한 조명이 꺼진 뒤, 복도는 비릿한 정적으로 가득 찼다. 권 상무는 여전히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재훈의 앞에 서 있었다. 그는 재훈의 인생을 송두리째 앗아갔던 그날의 차가운 눈빛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특허 침해 소송이라니, 그게 무슨 말입니까?" 서진이 재훈의 앞으로 나서며 물었다.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권 상무는 서진을 가볍게 훑어본 뒤 코웃음을 쳤다. "젊은 친구, 세상이 그렇게 만만한 줄 아나? 자네들이 쓴 그 '현장 노하우 알고리즘', 그거 우리 K-제조의 기밀 데이터에서 시작된 거야. 김재훈 부장이 퇴사할 때 몰래 들고나간 거라는 증거, 우리가 못 만들 것 같나?"
"이런 비겁한…!" 민혁이 주먹을 꽉 쥐었다.
재훈은 민혁의 팔을 지그시 눌렀다. 그리고 한 걸음 앞으로 나갔다. 권 상무와의 거리는 불과 한 뼘. 재훈은 그에게서 풍기는 비싼 향수 냄새 뒤에 숨은 부패한 욕망을 맡았다.
"권 상무, 당신은 여전히 변한 게 없군. 25년 전 내 기획서를 가로챌 때도 그랬지. 남이 일군 밭에서 이삭 줍는 게 당신의 유일한 재주니까. 하지만 이번엔 틀렸어. 이 아이들의 코드는 내가 준 게 아니야. 내가 준 건 방향뿐이고, 길을 낸 건 이 아이들의 순수한 열정이야. 당신이 훔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란 말이다."
권 상무의 눈썹이 꿈틀 했다. "말은 번지르르하군. 하지만 법정에서도 그럴 수 있을까? 내일 아침이면 자네들 계좌부터 가압류될 거야. 투자자들은 범죄 혐의가 있는 스타트업에 단돈 일 원도 넣지 않지. 김 부장, 자네가 지키고 싶은 게 이 아이들이라면, 지금이라도 기술을 넘기고 은퇴해. 그게 자네가 할 수 있는 마지막 배려야."
권 상무가 멀어지자 서진과 민혁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재훈을 보았다. 이제 겨우 빛이 보이기 시작했는데, 대기업이라는 거대한 산이 그들을 덮쳐오고 있었다. 재훈은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동탄의 밤바람은 칼날처럼 날카로웠지만, 그의 가슴속에는 예전과 다른 뜨거운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다.
— 26화 끝 —
금요일 연재 웹소설 27회가 이어집니다.
이해담 (Elias Tho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