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탄 3번 출구에서 만난 미래

- 제34화. 정희의 마지막 조언: 길을 만드는 사람 -

by 방랑자 연필


제34화. 정희의 마지막 조언: 길을 만드는 사람


여행에서 돌아온 재훈이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역시나 정희 다방이었다. 하지만 카페 문에는 ‘개인 사정으로 휴업합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재훈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수소문 끝에 찾아간 정희의 집에서, 그녀가 지병으로 요양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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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훈 씨, 왔어?” 수척해진 정희가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며 미소 지었다.

재훈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 “사장님, 왜 말씀 안 하셨어요. 제가 얼마나….”

“미안해. 다들 바쁘게 미래를 사는데, 나 같은 옛날 사람이 짐이 되기 싫어서.” 정희는 기침을 하며 재훈의 손을 꽉 쥐었다. “재훈 씨, 내가 카페 문 닫으면서 생각한 게 하나 있어. 누군가는 기회를 보고, 누군가는 길을 만드는 거야. 기회를 보는 사람은 빠르지만, 길을 만드는 사람은 단단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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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는 재훈의 눈을 응시했다. “재훈 씨는 길을 만드는 사람이야. 아이들이 기회를 보고 달려갈 때, 그 길바닥에 돌멩이를 치워주고 진흙탕에 판자를 깔아준 게 누구야? 그건 재훈 씨만이 할 수 있는 일이야. 아이들이 빨라질수록, 재훈 씨는 더 단단하게 그 길을 다져줘야 해. 그게 재훈 씨가 거기 있는 이유야.”


재훈은 정희의 말에 목이 메었다. 소외감은 그가 ‘빠르지 못해서’ 생긴 것이 아니라, 자신의 ‘역할’을 잊어서 생긴 것이었다. 길을 다지는 사람. 그 투박하고 보이지 않는 노동이 없다면, 어떤 첨단 자동차도 달릴 수 없다.

“사장님, 저 도망 안 갈게요. 사장님이 제 마음의 길을 닦아주셨던 것처럼, 저도 그 아이들의 길을 끝까지 닦아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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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훈은 정희의 방을 나오며 다짐했다. 3번 출구의 아침이 다시 밝아올 때, 그는 더 이상 흔들리는 노병이 아닐 것이다. 그는 가장 단단한 지반이 되어 그곳에 서 있을 것이다.


— 34화 끝 —

월요일 연재 웹소설 35회가 이어집니다.



이해담 (Elias Tho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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