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4화. 작은 돌멩이의 마찰: 삶의 모서리를 깎아내는 시간 -
제14화. 작은 돌멩이의 마찰: 삶의 모서리를 깎아내는 시간
[장면: 파도가 드나드는 몽돌 해변, 수만 번의 부딪힘으로 둥글어진 돌들의 바다]
동해의 어느 해변, 발밑에서 '좌르르' 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파도가 밀려올 때마다 크고 작은 돌멩이들이 서로 몸을 비비며 내는 소리입니다. 모서리가 날카로웠을 돌들이 수만 년의 세월 동안 파도에 씻기고 서로에게 깎이며 이제는 손바닥 안에 쏙 들어오는 둥근 몽돌이 되었습니다. 그 매끄러운 표면을 만져보니, 그동안 겪었을 무수한 마찰과 부딪힘의 고통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합니다.
우리의 삶도 이 몽돌과 다르지 않습니다. 태어날 때는 저마다 날카로운 자아의 모서리를 가지고 세상에 나옵니다. 하지만 사회라는 거대한 파도 속에서 우리는 수많은 사람과 부딪히고 갈등하며 조금씩 깎여나갑니다.
《귀인의 필적: 작가의 저서명》 속 작가의 인생 또한 거친 마찰의 연속이었습니다. 40대에 찾아온 갑작스러운 감원의 바람, 믿었던 동료와의 갈등, 그리고 사업 경영 과정에서 겪은 뼈아픈 배신들. 그 순간마다 작가는 자신의 모서리가 잘려 나가는 고통을 느꼈을 것입니다.
그러나 작가는 그 마찰을 피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 고통을 '귀인을 만나는 과정'으로 승화시켰습니다. 자신을 힘들게 했던 사람도, 자신을 도와준 귀인도 모두 나의 모서리를 깎아주기 위해 찾아온 인연임을 깨달았습니다. 인재를 얻기 위해 삼고초려를 마다하지 않았던 열정은 모두 '나'라는 좁은 틀을 깨고 더 넓은 세상과 소통하기 위한 마찰이었습니다.
둥글어진다는 것은 나약해지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어떤 충격에도 쉽게 깨지지 않는 단단함을 갖추게 되는 것입니다. 모서리가 사라진 자리에 유연함과 포용력이 들어섭니다. 60대에 이르러 아내와 함께 차박을 즐기며 작은 일상에서 큰 기쁨을 찾는 작가의 모습은, 삶의 거친 파도를 견뎌낸 후 찾아온 몽돌 같은 평온함을 보여줍니다. 깎여나간 것은 나의 자존심이었지만, 남은 것은 인생에 대한 깊은 통찰과 사랑입니다.
주머니 속의 작은 몽돌 하나를 만지작거립니다. 아직 내 안에도 깎여나가야 할 모서리들이 남아 있음을 느낍니다. 누군가와의 갈등이 괴롭고, 뜻대로 되지 않는 현실이 야속할 때마다 나는 이 몽돌의 소리를 기억할 것입니다. 이 아픔은 내가 나빠지고 있는 증거가 아니라, 더 아름다운 모양으로 완성되고 있다는 신호임을 말입니다.
"부딪힘은 상처를 남기지만, 그 상처가 모여 인생이라는 보석이 된다."
'커피 한 잔의 철학' 연재 에세이는 다음 주 3월3일 화요일에 이어집니다.
모닝브루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