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의 철학

- 제18화. 꺼지지 않는 거리의 가로등: 익명성이 주는 안심 -

by 방랑자 연필


제18화. 꺼지지 않는 거리의 가로등: 익명성이 주는 안심


[장면: 밤 깊은 도심의 주택가, 인적 끊긴 골목을 홀로 비추는 가로등의 주황색 불빛]

모두가 잠든 시간, 홀로 밤거리를 걷습니다. 어둠이 짙게 깔린 골목길에서 가로등 하나가 외롭게 불을 밝히고 있습니다. 그 불빛 아래를 지날 때마다 나의 그림자가 길어졌다 짧아지기를 반복합니다. 아무도 보는 이 없는 깊은 밤이지만, 이 가로등 불빛이 주는 묘한 안도감에 발걸음이 가벼워집니다.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 그것은 때로 이름 모를 익명의 존재가 주는 최고의 위로가 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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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긴 터널을 지날 때, 우리는 늘 '귀인(貴人)'을 기다립니다. 《귀인의 필적》에서 작가는 자신의 삶을 돌파하게 해 준 수많은 귀인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그 귀인들이 모두 화려한 인맥이나 대단한 권력가였던 것은 아닙니다.


새벽 찬송 소리로 청년의 지친 마음을 달래주던 작은 개척교회의 이름 모를 신도들, 위기의 순간에 묵묵히 곁을 지켜준 동료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식을 위해 평생을 헌신하신 부모님. 그들은 어두운 밤길을 비추는 가로등처럼,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작가의 삶에 빛을 비추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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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성이 주는 평온함은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질 때 찾아옵니다. 작가가 분당 탄천을 산책하거나 동네 야산을 오르며 '소확행'을 찾는 것은, 사회적 지위나 이름표를 떼어내고 오로지 '자연인'으로서 자신을 마주하는 시간입니다. 가로등이 누구에게나 차별 없이 빛을 내어주듯, 삶의 진리는 화려한 무대 위가 아니라 우리가 매일 걷는 평범한 일상 속에 숨어 있습니다.


가로등 불빛 아래에는 수많은 벌레가 모여듭니다. 빛을 향한 본능적인 이끌림이지요. 우리도 어쩌면 저마다의 빛을 찾아 평생을 방랑하는 존재들 인지도 모릅니다. 작가는 그 빛을 '배움'과 '나눔'에서 찾았습니다. 60대의 나이에 자신의 경험을 글로 풀어내어 젊은 세대에게 희망을 전하려는 노력은, 스스로가 또 다른 가로등이 되어 누군가의 어두운 골목을 비추고자 하는 고귀한 선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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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등을 뒤로하고 어둠 속으로 걸어 들어갑니다. 하지만 이제는 어둠이 두렵지 않습니다. 한 번 빛을 경험한 눈은 어둠 속에서도 길을 찾는 법을 익혔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에게 나도 저 가로등 같은 존재가 될 수 있을까, 그런 소망을 품어보는 밤입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빛나는 마음이, 가장 깊은 어둠을 이겨낸다.'


'커피 한 잔의 철학' 연재 에세이는 내일 화요일에 이어집니다.



모닝브루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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