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9화. 작은 거울 속의 나: 진실된 자아와의 마주침 -
제19화. 작은 거울 속의 나: 진실된 자아와의 마주침
[장면: 어느 한적한 카페의 구석진 자리, 가방에서 작은 손거울을 꺼내 자신의 눈을 가만히 응시하는 순간]
카페 벽면의 커다란 거울 대신, 손바닥만 한 작은 거울을 꺼내 봅니다. 거울 속에는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내려앉은 한 남자의 얼굴이 보입니다. 눈가의 잔주름, 희끗해진 머리칼, 그리고 수만 가지 감정을 통과해 온 깊은 눈동자. 큰 거울 앞에서는 옷차림을 매만지고 타인의 시선을 신경 썼지만, 이 작은 거울 속에서는 오직 나의 '본모습'만이 보입니다. 나는 오늘, 거울 속의 나와 아주 오랜만에 대화를 시도합니다.
거울을 본다는 것은 자기 객관화의 시작입니다. 《귀인의 필적》에서 작가는 인생의 고비마다 스스로를 거울 앞에 세웠습니다. 매출 1조 달성이라는 성공의 가면에 취해 있지는 않은지, 감원의 칼날 앞에서 비겁해지지는 않았는지, 그는 끊임없이 자신에게 물었습니다. 특히 40대의 시련은 그에게 가장 정직한 거울이 되었습니다.
껍데기가 벗겨진 뒤에 남은 초라한 자신을 마주했을 때, 그는 비로소 '뿌리가 강인한 사람'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남에게는 너그러우면서도 자신에게는 가혹할 때가 많습니다. 혹은 반대로 자신에게는 무한히 관대하면서 남에게만 잣대를 들이대기도 하죠. 작가는 자서전에서 자신의 치부와 실패를 숨김없이 드러냈습니다. 그것은 스스로에게 가장 엄격하면서도, 동시에 가장 너그러워지는 방법이었습니다.
'나의 못난 모습까지 안아줄 수 있을 때, 진정한 자존감이 시작된다'는 것을 그는 삶의 후반전에 깨달은 것입니다.
이제 60대의 작가는 거울 속의 주름을 훈장처럼 여깁니다. 그 주름 하나하나에는 하동 정서마을에서 보낸 순수했던 시간과, 서울의 찬 바람을 견뎌낸 인내의 세월이 새겨져 있습니다. 그는 거울 속 자신에게 "수고했다"는 인사를 건넵니다.
그리고 다시 시작될 인생 3막을 위해 AI와 글쓰기라는 새로운 화장품을 꺼내 듭니다. 이것은 나이를 감추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본질을 더 아름답게 표현하기 위한 도구입니다.
거울을 덮고 가만히 눈을 감습니다. 거울 없이도 이제는 내 안의 내가 보입니다. 타인이 정의하는 '나'가 아닌, 내가 스스로 빚어온 '진짜 나'의 모습입니다. 그 모습이 퍽 마음에 들어 살며시 미소 지어 봅니다.
'거울 밖의 세상이 나를 흔들어도, 거울 속의 나는 결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커피 한 잔의 철학' 연재 에세이는 다음 주 월요일에 이어집니다.
모닝브루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