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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준호 Jan 10. 2023

빨리 전화 꺼

은혜를 헤아리는 양이 커지고 사랑이 익어 갈수록 행복의 양과 질이 커지는

 멀고 먼 앨라배마에서 살 때 LA로 비행하는 시간은 가슴 벅찬 순간이었다. 공항으로 딸과 함께 마중 나온 손녀가 할아버지를 보고 행복해하는 모습이 상상이 되어.

 

공항에서 귀여운 손녀와 만나 자동차 안에서 함께 낄낄 거리며 웃고 즐기는 사이 딸 집에 도착하였다.

리빙룸에서 딸과 사위와 담소하고 있는 사이 손녀딸이 보이지 않는다.

살금살금 도둑 고양이 되어 이층으로 기어올랐다.


4살 된 손녀가 고사리 같은 손으로 내 침대의 이불을 예쁘게 정돈을 한다.

 

어린 손녀의 사랑받음이 이렇게 큰 행복인지 미처 몰랐다.

서로가 좋아하는 아빠와 딸을 보는 엄마도 행복에 겹고.


이튿날 손녀가 데이 케어를 가지 않고 할아버지와 놀도록 딸이 배려를 해 준다.

이른 아침부터 손녀와 소꿉장난을 하다 놀이터로 타깃으로 맥도널드로 돌아다니며 놀고먹고 샤핑을 즐긴다.

 

"할아버지 같이 놀자"며 내 손을 끌어 인도할 때면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따라가 놀던 우리는 전처럼 즐겁지가 않다. 말까지 줄어들면서. 


함께 할 시간이 하루 저녁만 남았다.

 

이튿날 아침 헤어지기 아쉬워 둘은 짬을 내 자주 가던 놀이터로 갔다.

손녀가 '할아버지 언제 다시 올 거야?' 묻는다.


다가온 이별이 눈시울을 뜨겁게 한다. 

난 알 수 없는 기약이라 얼버무리고 말았다.

그리고 헤어져야 할 시간까지 둘은 웃음을 웃지를 않았다.


공항에서 손녀와 허그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잘 있어' 어렵사리 인사하며 이별을 하였다.


4시간의 비행 끝에 달라스에서 갈아탈 비행기를 기다리며 딸이 보내 준 영상을 본다.

할아버지 보고 싶다고 엉엉 우는 손녀딸의 모습이 담긴.


한편으로는 흐뭇하고 한편으로는 아린 가슴이 뜨겁다.


2시간 비행을 한 후 집에 도착하자 서둘러 화상 통화를 한다.

손녀가 반가워할 것을 기대하면서….


영상이 열리고 통화가 시작되었다.

어안이 벙벙해진 진다.


"빨리 전화 꺼!" 하는 손녀의 목소리를 듣고서….  


민망해진 딸이 "할아버지가 너를 기다리고 있어" 다급히 손녀 설득을 한다.

그러나 손녀는 지금 하고 있는 놀이를 방해하지 말라며 엄마에게 오히려 짜증을 낸다.


보고 싶다고 울 때는 언제고.....

손녀 사랑하는 것이 이렇게 허망할 줄이야!


서운한 마음과 함께 사랑이 식는다.

멍해진 상태에서 정신을 차리니 손녀딸을 향한 미 성숙한 사랑이 보인다. 


상대를 이해하고 진리로 인도하여 복되게 하려 거저 주는 마음이 사랑인데…..

이기심에서 나온 욕심으로 병든 사랑임이 보인다.


장사꾼 마음으로 손녀를 사랑하고 있는 나.

그리고 상황에 따라 변하는 감정을 콘추럴 할 줄 모르는 어린이가 이해되며 허탈한 웃음을 웃는다.


손녀를 아름답게 성숙시킬 다짐을 하며 하나님이 주신 사랑을 되새겨 본다.


동물과 인간에게 똑 같이 사랑의 신비한 능력인 희생하는 마음, 이해하는 마음, 거저 주는 마음, 인내하고 기다려 주는 마음, 진리 안으로 인도하고픈 마음을 좋아지고 끌리는 마음 안에 넣어 종을 번식시키며 행복하고 가치 있는 삶을 살게 하신 하나님의 창조 원리가 보인다.  


그러나 이렇게 자녀 양육의 일을 마친 동물들은 자신이 희생한 일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어떠한 대가도 바라지 않고 산다. 사랑으로 양육받은 새끼들은 자신을 위해 어떤 희생이 있었는지 모르고…. 


그러다 때가 되면 다시 사랑의 신비로운 능력으로 짝과 사랑을 나누고 후손을 낳아 헌신하며 양육하는 신비한 사랑에 의하여 존재하는 생명들. 


하지만 인간은 다르다.


사랑으로 탄생케 한 자녀를 끝없이 사랑을 한다. 그러나 사랑한 대가를 만족시키지 못하거나 베푼 사랑을 알지 못하면 사랑이 미움으로 변하여 행복을 잃어버리기 일쑤다.


사랑을 성숙시키고 은혜를 헤아리는 수준을 크게 하여 양과 질이 큰 행복을 인간이 누리게 하심을 알고 하늘을 보고 밝은 웃음을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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