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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준호 Jan 20. 2023

부끄러운 속내를 보게 하고 선물 주는 거울들

부끄러운 속내를 보게 하고 영혼의 자유와 은혜를 선물하는 거울들

오래전 이스라엘 성지를 순례하며 예수님 발자취를 따라 곳곳에 세워진 성전들을 보았다.


수태고지 성전, 탄생기념 성전, 산상수훈 기념교회, 주기도문 기념교회, 오병이어 기념교회, 겟세마네 동산교회, 베드로 통곡 교회, 무덤 교회, 부활승천 하신 곳에 세워진 교회 등등

  

예수님 생애 순간순간의 의미를 기리려 세워진 성전을 보며 마음이 아리다.


예수님의 사랑이 담긴 고통이나 진리를 깨우치는 가르침을 거스르는 것들이 보인다. 

성전 곳곳의 틈틈이에 소원을 아뢰는 빽빽하게 꽂혀있는 쪽지들이 예수님을 미신의 우상으로 전락시키며..... 


그리고 감히 도전할 수 없는 위엄 있고 웅장한 성스러운 교회 건물들에 검은 바탕에 화려하게 수놓은 롭을 입은 성직자들이 거룩하고 위엄 있게 다니는 모양과 관광상품들 파는 아우성이 아림을 더한다.


이렇게 아픔을 주던 성전이 내 속내를 비추는 거울이 된다.


성스럽고 위엄 있는 검은색 목사 가운을 입고,

수많은 책을 사무실 고급스러운 책장에 장식해 놓고,

옆구리에 성경책을 우아하게 끼고 다니며,

주석에서 인용한 일반인들이 알지 못하는 원어를 설교에 사용하며,

높고 크고 넓은 강대상 앞에서 인위적으로 높인 권위로 예수님을 전하는 내 모습이 비치어져 부끄럼에 얼굴이 화끈거린다.


만사를 제치고 서둘려 돌아가 부끄러운 모든 것들을 버리고 싶다.


여행가이드의 안내가 들리지 않는 지루한 여행을 마치고 교회로 돌아온 난

가운을 버리고 사무실의 책장과 책 모두를 교회 도서관으로 옮겨 버렸다.

 

그리고 넓고 큰 강대상을 작은 보면대로 바꾸고

설교 시간에 원어 사용을 금하고

우아하게 옆구리에 끼고 다니던 성경과 찬송가를 자연스럽게 들고 다닌다.


부끄러운 속내를 드러내시고 선물을 주시는가 보다.

영혼이 가벼워져 날아갈 듯하였다.

그리고 세상 누구에게나 무엇에나 하시는 사랑의 음성이 내면에서 비로소 들리는 듯하였다.


하지만 얼마 되지 않아 선물들이 교만이 되어 남을 비난하고 업신여기며 다시 외로움에 떨었는데   

은퇴하고 쓰는 글이 또 내 속내를 비추는 거울이 된다.


군더더기 문장들과 단어들을 끼워 넣어 나를 드러내려는 내 속내를 비추며.  


한숨 쉬며 이들을 속아내기를 하고 또 하며

질문을 한다.


드러내려는 마음을 왜 주신 것일까?


곧바로 답이 떠 오른다

먹고살기 편해지고

존재 가치를 높이려


하지만 다듬고 또 다듬으며 나와 사회에 바르게 유익하게 하려고 모든 것을 거울 되게 하시고 선물을 주시기를 하시고 또 하시는가 보다.


욕심과 거짓에서 태어난 인위적인 권위, 진리 안에서 자연스레 주어지는 권위, 이들이 함께 어우러진 문화와 전통에서 온 권위들을 분별하며 자유한 영혼이 되어 자연과 모든 인간과 아름답게 어우러져 존재가치를 높이시려는 거울 속의 은혜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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