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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준호 Nov 30. 2022

2. 진실을 나누는 곳에 은혜가 임하는데

진실을 나눌 수 없는 곳에서 종교 행위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은밀하게 결정하는 방법에 의하여 담임 목사가 되고 싶지는 않아요.


담임 목사 청빙은 모든 사람들에게 공감할 수 있는 절차에 따라야 한다고 생각해요.


몇 사람이 될 일을 정해 놓고 절차를 지키는 것처럼 쇼하는 일에는 함께 하고 싶지 않아요.

한 인간이 못쓰게 되는 것을 기회로 삼아 나의 운명을 인도받게 하고 싶지도 않고.


김 장로가 답답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전도사님!  모든 사람에게 공감할 수 있게 하려면 교회가 시끄러워져요.

모두의 생각이 다른데 공감하는 절차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이런 기회가 그냥 오는 것 아니에요.

남들은 이런 기회 잡으려 얼마나 애를 쓰는데….  


하나님의 일을 해도 기반이 있어야 하는 것이고.

그 기반으로 힘을 키우고 더 큰 일을 할 수 있는 거예요.

전도사님은 너무 순진하세요."


유천이

"그럼 전도사가 순진해야지 발랑 까져야 합니까?"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는 말을 힘겹게 절제를 한다.


더 이상 이러한 교회에 머문다는 것이 의미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진실을 나누는 곳에 은혜가 임하는데

어떻게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사랑합니다. 목사님' 포옹하며 예배 시간 전 인사를 했을까?

도대체 이들에게 신앙의 의미는 무엇일까?

진실을 나눌 수 없는 곳에서 종교 행위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많은 생각들이 유천의 머릿속을 들락거린다.


"김 장로가 목사와는 가까운 사람처럼 보였는데 이렇게 된 이유가 무얼까?

겉과 속이 다르게 처신한 것일까?

아니면 변절한 것일까?

전도사가 뒤에서 은밀하게 장로들과 작당해서 담임 목사가 되고서도  성직자로 인정받으며 생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이들에게 담임 목사란 어떤 존재일까?

이러한 제안을 할 때까지 얼마나 많은 목사에 대한 가십을 했을까?

교회에서 모일 때마다 드리는 예배는 그들에게 무슨 의미였던 것일까?


예배를 드리며 자신이 말하는 근원이 무엇인지,

자신을 행동하게 하는 뿌리는 무엇인지 생각하게 될 텐데…

예배를 드리면 모든 죄를 사해 주시고 하나님이 축복해 주신다는 생각으로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것일까?

이러한 교회가 존재할 가치가 있는 것일까?

성도들이 원하는 것을 충족시키며 하나님이 일하실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목회일까?  

먹고살기 위하여 적당히 현실에 적응을 해야 하나?

아니면 다른 직업으로 전향을 해야 하나?"


복잡한 생각이 머릿속에서 끝없이 피어오르는데 김 장로가 설명을 한다.

"사실 이 결정은 우리 교회 장로들 만이 결정한 것은 아니에요.

교단의 목사님들과도 상의를 한 거예요.

교단에서 담임목사로 추천한 분도 있었어요.

그러나 우리는 전도사님께 기회를 먼저 드리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한 거예요."


유천은 담임 목사가 친구처럼 가깝게 지내던 교단의 목사들과 장로들이 이미 상의했다는 말에 혼이 빠져나가는 듯하다.

"세상에 이런 경우도 있구나!  

담임 목사는 도대체 교단의 친구들과 어떤 사이란 말인가?

앞에서는 친구 뒤에서는 원수, 그런 것인가?

이런 사실을 담임 목사는 모르고 친구로 지낸 것일까?"

 

유천은 김 장로의 요청에 어떻게 응답할지 결단이 내려진다.

"장로님. 저는 이 일에 더 이상 관여하고 싶지 않습니다.

저를 그토록 신뢰해 주신 것에 감사드립니다.

그러나 저는 이 교회에서는 담임 목사 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담임 목사님이 사임하실 때 저도 같이 사임하겠습니다."   


김 장로는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혼잣말로

“이런 멍청이 같은 놈” 한다.


김 장로와 헤어진 유천은 교회를 그만둬야겠다는 결단을 한다.  

하나님은 양심 속에 계시며  때때로 유천을 외롭게 하신다.

교회에서 진실을 나눌 수 없음이 서럽다.


유토피아는 이상일뿐일까?

할머니가 보고 싶다.  

할머니가 믿던 하나님 그래서 내가 믿는 하나님을 '주님' 하고 부르니 눈물방울이 송골송골 맺히고는 양 볼로 주르륵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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