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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준호 Dec 17. 2022

새해를 준비하며 떠 오르는 이야기

행복을 빼앗아 갔던 사건들을 떠 올리며 새해 맞을 준비를 하다

연말 새해 맞을 준비를 하며 초등학교 시절 한 이야기가 떠 오른다.


결혼 한지 며칠 되지 않은 이모 집을 방학이 되어 방문하였다.

이모부는 처음 만난 어린 조카인 나에게 맛있는 것도 사 주고 평창 강에 데리고 가 함께 낚시를 하면서 친밀한 사랑의 관계가 되려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이모부가 좋고 함께 하는 시간이 마냥 즐겁기만 하였다.


행복하게 지내던 어느 날 이모부와 수다를 떨다 갑자기 집에서 기르는 토끼를 자랑하고 싶었다.

그런데 난 그만 토끼 2마리를 10마리로 뻥튀기를 하였다.  

그리고 자랑스러운 마음으로 이모부에게 최고의 대우를 받으며 지내다 방학이 끝나 집으로 돌아왔다.

  

평상시와 다름없이 학교를 다니며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내던 어느 날이었다.


학교에서 돌아오니 이모부님이 와 계신다.

아뿔싸!

하필 이모부께서 토끼장 앞에 서 계신다.

머리에 쥐가 난다.

토끼 2마리를 10마리로 뻥튀기한 것이 되살아나면서.  


순간 이모부께서 토끼를 한 마리 두 마리 세고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버렸다.

난 그만 거짓말 장이라고 여길 것이라는 그물에 걸려들고 말았다.

   

혼 빠진 난 이모부에게 얼버무려 인사를 하곤 숙제를 해야 한다는 거짓말로 핑계를 대고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별의별 궁리를 다 해 본다.

10마리였는데 8마리를 쪽 제비가 물어 갔다고 할까.

그냥 도망갔다고 할까?


아무리 생각을 해도 묘안이 떠 오르지 않는다.

홀로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하는 나에게 이모부께서 방문을 열고 저녁 식사를 하자고 하신다.

풀 죽어 나온 나에게 이모부는 여전히 친절하게 대하지만 저녁을 입으로 먹는지 코로 먹는지 모를 지경이었다.  


지옥 같은 저녁 시간을 보내고 이튿날 아침 학교를 가며 이모부와 이별을 하고 난 다시 자유를 얻었다.     

그러나 이후로 난 이모부를 만날 때마다 어색해지며 싫어지는 마음에 사로잡히고 말았다.

날 거짓말쟁이로 여길 것이라는 확신에 갇혀.


나는 그만 그물에 걸린 새가 되어 버렸다.

그리고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더 비참하게 되는 새처럼 이모부를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우울 해 질뿐 아니라 자존 감까지 사라져 버린다.

  

아---- “나도 모르게 뻥튀기를 했다”라고 고백을 했더라면.


이모부는 “누구든 그런 실수를 할 때가 있어. 그런데 넌 정직하게 잘못을 고백하는 것을 보니 멋진 어린이로구나. 자신의 부끄러움을 고백하는 네가 자랑스럽다”며 나를 꼭 안아 주었을 텐데. 그리고 그물에 걸렸다 풀려난 새가 푸른 창공을 훨훨 나는 기쁨을 내 영혼이 맛보았을 텐데.


머리에 쥐 난 상태로 방에서 갖가지 없어진 8마리의 토끼의 이야기를 꾸미려고 하지 말고 그물에서 풀려나는 방법을 알았어야 했는데.  


난 예수를 믿으면서도 그물에 걸려 있는 줄도 모르고 사랑과 지혜의 음성을 들을 줄도 몰랐다.  


연말에 새해 맞을 준비를 하며 널브러져 있는 그물들을 본다.

자랑하고 싶은 마음,

욕심,

미움,

질투,

교만,

돈,

명예,

자존심 등등 다양한 이름의 그물들.  


때때로 그물을 피해 가지만 때론 그물에 걸린 새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부끄러워 얼굴이 빨개지지만,

많은 것을 잃게 되지만,

정직하게 고백하고 걸린 그물에서 빠져나와 창공을 날아야지.


그리고 하나님이 주시는 지혜의 음성을 듣고 풍성함을 누려야지.

자유한 영혼이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새로이 주시는 새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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