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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준호 Dec 16. 2022

나이에 따라 달라진 나의 성탄절 이야기

철들며 달라지는 나의 성탄절 이야기

내 기억의 첫 성탄절 새벽은 천사들이 찾아온 듯하였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찬양을 부르며…… 몇 년이 지난 후 난 그 천사들의 대열에 자랑스럽게 일원이 되었다.  그리고 하얀 눈으로 덮인 산과 들에서 내는 은은하고 성스러운 빛에 드러난 길을 따라 이곳저곳 흩어져 있는 성도님들 집을 찾아다녔다. 문 밖에서 눈 맞춤으로 하는 지휘에 따라 "기쁘다 구주 오셨네 만백성 맞으라" 찬송을 부르며…..


노래를 들은 참 반가운 성도님들은 "메리 크리스마스"로 화답하며 문을 열고 나와 정겨운 인사를 나누곤 먹거리 예물을 건넨다. 이를 받아 자루에 담아 어깨에 멘 우리는 또 다른 성도의 집 문전에서 “천사들의 노래가 하늘에서 울린다”를 부르고 예수 탄생의 기쁨을 나눈다. 이러기를 얼마나 했는지, 임무를 마친 일행은 교회로 돌아와 받은 선물들을 풀어 먹고 마시며 예수님 오심의 기쁨을 나누곤 하였다.  


이런 아름다운 성탄절이 나이 들며 생긴 교만과 욕심이 세상 풍조와 어우러지며 분주하고 혼돈스럽게 바뀌어 버렸다. 밤새 먹고 마시며 노는 친구들의 모임을 그리워하며 마지못해 새벽송을 따라다니는 외로운 철새가 되었다. 그러다 성탄절의 성스러운 추억을 가슴 깊이 묻어버리고 화려한 추리를 장식하고 어린이들의 연극과 춤과 노래를 즐긴다. 그리고 카드와 선물을 주고받으며 체면치레 하기에  바쁜 연말의 한 날로 성탄절을 여기며 현명한 채 살아가고 있었다.  


이러던 나에게 어느 해인가 성탄절을 앞두고 다양한 예수 탄생 이야기들로부터 질문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왜 냄새나는 말 구유에서 예수님이 태어나신 것일까?

천군 천사와 함께  화려하고 위엄스럽게 구름 타고 오시질 않고.


왜 오물 냄새 풍기는 양치기 목동들에게 기쁜 소식을 가장 먼저 알리셨을까?

예루살렘 성전의 거룩한 성직자들에게가 아니고.


왜 하필 이방인인 동방박사들을 별이 아기 예수께 인도하여 절하고 예물을 드리며 경배하게 했을까?

주여 주여를 시와 때 없이 부르는 성도들이 아니고.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답이 말씀되어 어둠에 있는 나를 빛으로 인도해 내는 듯하다.

사랑은 섬김이고 섬김을 위해 낮아져야 한다고.

지위가 높은 능력 있는 분일 수록 그 낮아진 곳에 존경과 함께 권위가 주어진다며.

그리고 이 분의 섬김을 받은 이들은 마음을 열게 되고 그분의 생명이 그 안에서 일하게 된다고.


이진리로 하나님과 인간이 하나 되어 하늘에는 영광이 땅에는 평화가 임하게 되는 진리에 내 영혼의 눈이 열린다.

 

그러나 백성을 사랑하며 섬겨야 할 직분을 가진 사람들은 이 진리를 아는지 모르는지.

오히려 높은 신분의 권력을 사용하여 자신들의 이익을 먼저 챙기고는 백성들을 자기 편리한 대로 다스리고 있었다. 높고 힘 있는 자리에 오르기 위하여 남을 깎아내리고 자기를 높이며.


결국 이들의 거짓과 불의를 사용하는 삶이 사랑과 신뢰가 모두 깨져버린 세상을 만들어 버렸다.

그 결과 아기를 낳는 여인에게 방하나 빌려 주지 못하는 각박한 인심의 세상이 되어 버린 아픔을 구유에 누우신 아기 예수께서 말씀하시는 듯하다.  


사랑한다 말하며 백성들의 영적인 눈을 어둡게 하여 먹잇감으로 만들어 버리는 이리 같은 이들로부터 사랑하는 백성들을 지키려는 하나님의 마음과 어두운 밤 이리 때들로부터 사랑하는 양들을 지키느라 잠자지 못하는 목자들의 마음이 이심전심되어 목자들에게 예수님 오심을 전하는 이야기가 탄일종 소리가 되어 내 가슴을 울린다. 그리고 진리를 사모하는 동방박사들이 별에게 인도되어 산 넘고 물 건너 아기 예수께 경배하며 "신앙인은 진리를 구하는 이들이야" 소리치는 듯하다.  기복신앙이 판치는 시대에.....


이렇게 진리이시며 사랑의 예수님이 하늘의 모든 영광과 능력을 버리고 마구간의 여물통 같은 날 위해 오셔서  나의 죄를 위해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시고 부활하셔서 내 안에서 목자가 되어 주시는 섬김을 받은 난 자존심은 버리고 주님이 주신 자존감을 세우며 살 용기가 솟는다.  


성스러움과 아름다움 가운데서 처음 만난 성탄절이 욕심과 교만에 따라 변하는 나를 질문하게 하시며 사랑이 무엇인지, 진리가 무엇인지, 섬김이 무엇인지, 세상의 모습이 어떤지를 보게 하시고 내 안에 오셔서 나의 주인이 되시는 은혜에 경배를 드린다. 그리고 내가 처한 환경과 모든 감정을 내 안에 계시는 목자에게 드러내고 인도받을 꿈을 품고 구유에 누우신 아기 예수를 바라보는 성탄절이 귀하고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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