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만남에서 하고 싶은 말

by 지준호

드디어 오후 4시가 되었다.

만남의 시간이 다가올수록 설렘이 초조함으로 바뀐다.

모임을 위한 방에서 서성이는데 한 청년이 들어와 유천의 얼굴을 살피며 쑥스러운 듯 고개 숙여 인사를 한다.


유천은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며 “유천입니다.” 했다.


청년이 부끄러운 듯 “미현이에요.”

고개 숙여 인사하고 주위를 살피며

“꽃꽂이까지 해 놓으셨네요. 앞으로는 하지 마세요. 저희들이 할게요.” 하고선 컵에 주스와 다과를 준비하여 책상 위에 가지런히 놓는다.


유천이 수줍어

“감사합니다.” 인사를 하는데

덥수룩하게 수염을 기른 청년이 허리를 굽혀 “안녕하세요.” 가볍게 인사하며 들어온다.


“유천입니다.”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니

“김 수천이에요." 겸연쩍게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 밀어 유천의 손을 잡고 고개 숙여 인사를 한다.


세명의 청년이 연이어 어색한 눈인사를 하며 들어오는 것을 보고 유천이

“어서 오세요.” 인사를 하니

청년들은 고개를 숙이고 “안녕하세요” 답례하고 자리에 앉는다.


유천이 찾아가 유천입니다. 악수를 청하니 청년들이 엉거주춤 일어나 손을 잡고

"기철입니다. 기숙이에요. 영호입니다." 각기 인사를 하고 제자리에 앉는다.


이때 청년들이 연이어 들어와 자리에 앉아 20여 명이 서로 인사를 나누느라 웅성거린다.


유천은 주위를 살피며 성경공부를 시작할 기회를 본다.

모두가 사각형 테이블에 둘러앉아 시작해야 될 시간이라는 공감이 이루어졌는가 보다.

잠잠해졌다.


유천이 고요를 깨고 모두를 둘러보며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는 여러분들과 신앙생활을 같이 할 유천입니다. 만남을 시작하며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요."


청년들이 모두 귀를 쫑긋하고 집중을 한다.

만남을 시작하며 하고 싶은 말에 호기심이 이는가 보다.


“두 가지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하나는 여러분들과 진실한 친구가 되고 싶은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내숭 떨지 않고 질문하고 답하며 신앙의 성숙을 같이 이루고 싶어요."


이때 미현이 손을 들고

“기도하고 시작하지요.” 한다.


유천이 당황하여

"아--- 그러지요, 미현 씨가 기도를 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미현이 유천을 뚫어지게 바라보고는 "전도사님이 해 주셔야지요." 한다.


유천이 "아--- 그런가요?" 그럼 기도하겠습니다.

"하나님. 만남을 허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서로 진실한 친구가 되게 해 주시고 만남을 통해 생각과 마음을 정직하게 주고받으며 신앙이 성숙하여 모두가 행복을 누리도록 해 주세요.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기도를 마치자 어색한 공기를 자연스러움으로 바꾸려는 듯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미소를 짓는다.


유천도 어색한 공기를 자연스러운 공기로 만들려 청년들의 눈치를 살피며 미소를 짓는다.

전에 하던 모임과 많이 다른가 보다.


이때 왼편에서 소곤거림이 있은 후 킥킥 거리는 웃음소리가 새어 나온다.

상황 파악을 위해 두리번거리는 유천을 바라보며 기숙이 청년들 속내를 대변하듯 질문을 한다.

"어떻게 목사님이 우리와 친구 될 수 있어요? 이성이 다르고 나이 차도 있는데….. 그리고 목회자와 평신도 사이인데….."


이야기를 듣고 얼굴이 빨개지는 청년들, 어리둥절하여 기숙과 유천의 표정을 번갈아 살피는 이들, "무슨 말을 한 거야?" 듣지 못한 말을 아쉬워하며 두리번거리는 청년들로 어수선하다.


유천이 어설픈 미소를 지으며 대답을 한다.

"2000살이나 더 많은 예수님도 우리의 친구가 되시는 데. 그것도 하나님이신 분이..... 겨우 몇 살 밖에 차이 나지 않는 우리가 친구 되자는데 그것이 그렇게 이상하나요?"


예상치 못한 답에 잠잠해진 청년들을 향해 유천이

"우리 서로 친구를 정의하고 나면 질문의 답은 저절로 얻어질 거예요.

친구가 무엇인지 정의를 내릴 분 있어요?"


직장에서 일을 마치고 바로 온 듯 회사 배지를 목에 아직도 걸고 있는 길수가 더듬거리며

"음, …. 나이가 같고, 학교를 같이 다니고 그래서 비밀을 서로 털어놓을 수 있는 친해진 사이가 아닐까요?"


말이 아직 채 끝나지도 않았는데 기숙이

"난 사랑하며 마음과 뜻과 지식을 나눌 수 있는 사이라고 생각해요. 이것이 잘 되는 여건이 나이가 같고 학교를 같이 다닌 것 아닐까요?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사이는 내숭 떨 것 없으니 친밀하게 되는 것이고…. 그래서 친구라고 부르고, 그러나 소통되지 않는 친구도 있어서 친구라고 부르고 싶지 않아 질 때도 있어요."


영호가 손을 들고서

"사실 저는 학교를 졸업하고 공무원 생활을 하고 있지만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었어요. 함께 자라고 학교도 같이 다녔지만 속 마음이 무엇인지 알 수 없고, 신뢰도 되지 않는 친구들이 있거든요. 직장생활을 함께 하는 이들 중에 나이는 같아도 그런 사람들이 있고.... 사실 이런 사람들이 나를 친구라고 누군가에게 이야기한 것을 들을 땐 기분이 그저 그래요. 그러나 마음이 통하고 신뢰되어 고민을 털어놓고 상의하며 어려울 때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인데 나이와 이성의 차이가 있어 친구라고 말할 수 없는 사람도 있어요.


기숙이 영호의 이야기에 추임새를 넣듯

"진실한 친구가 일생에 단 한 명만 있어도 성공한 사람이라고 하던데……"


유천이 빙그레 웃으며

"그래서 대화하며 다름을 알고 이해하며 생각을 나누고 폭을 넓혀가기도 일치시켜가기도 하는 일을 여기서 하고 싶어요. 친구란 깊어진 관계의 정도에 따라 진정한 친구, 건성인 친구로 나눌 수 있는데 우리 서로 진정한 친구가 되고 싶어요. 그리고 저는 신앙의 열매는 진정한 친구를 많이 만드는 것이라 생각 해요."


미현이 심각한 표정으로

"이런 이야기하는 것보다 기도하고 말씀을 공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바쁘게 직업 전선에서 일하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와서 시시껄렁한 잡답하는 것은 시간이 아까워요"


방 안의 분위기가 갑자기 썰렁해 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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